
1965년에 출간 되었다는 이 소설이 50년도 더 지난 이 시점에 주목을 받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단 하나의 극적인 반전도 도 없는 잔잔한 이 소설은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오랫동안 살아 남은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가난한 시골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윌리엄 스토너의 삶이, 대학에 들어가고, 영문학으로 전과 하고, 교수가 되고, 결혼을 하고, 사랑을 알게 되고, 40년 간의 교직 생활 끝에 마지막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담담하고 건조하지만,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문체와 서술 방식으로 이어진다.
그의 인생이 실패인가, 성공인가 평가하기에는 대다수 우리의 삶과 그닥 다르지 않기에 뭐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주인공의 일생은 1910년에서 1956년 까지이다. 제1차 세계 대전, 제2차 세계대전의 파고를 대학 생활을 하며 (학생으로, 교수로) 타고 넘어 왔고, 잘못된 인연 (그의 아내, 영문학과 학장, 자격 없는 대학원생 제자)들로 인해 고통도 받지만, 그 잘못들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항하거나 행동을 취하지는 않는다. 단지 담담한 시선으로 한 발자국 물러서서, 그런 절차와 결과들 마저도 자신의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 들이고, 끝내는 자신의 힘으로 그것들을 극복해 낸다.
서평에도 나와 있듯이, 우리의 삶또한 (+)와 (-)가 쌓이고 쌓여서 최종적으로 (0)으로 수렴해 간다. 타인에 대해 그 누구도 이러쿵저러쿵 평가할 수는 없다. 그저 순간순간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고,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그렇다고 자신의 생각과 의지에 반하는 것들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밝히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런 용기의 순간이 인생을 빛나게 한다. 주인공인 그를 마치 바위(Stone)처럼 위대하게 보이게 한다.
자극적인 양념들이 넘치는 요즘 시대에, 보기 드물게 차분한 어조로 써 내려간 소설이다. 40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이 책이 이토록 금방 읽혀질지는 몰랐다.
<존 윌리엄스 저, 김승욱 옮김 / 2020년 국내판 출간 / RH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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