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당신에게는 구원이 되는 사랑이 있습니까?

1Q84 11Q84 1 - 10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문학동네

갓 돌 지난 애기와 놀아주는 것도 유예하고, 집사람의 갖은 눈총을 다 버텨가며 최근에 완독한 책은 '요노스케 이야기'와 바로 이 화제의 신간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다.

책을 다 읽고 탁 덮었을때 옆에서 집사람이 줄거리가 뭐냐고 물어봤을 때, 한참을 -5분 이상- 고민 했다. 이 책의 줄거리는 한마디로 요약하기 무척이나 어려운, 말그대로 '다의적' 이기 때문이다.
" 주인공은 덴고라는 남자와 아오야메라는 여자인데, 결국은, 어떠한 경우에도 사랑만이 영원하다는 이야기야" 라고 말해주기는 했는데, 그렇게 말하고 나서도 뭔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어떤 평론가는 '개인 서사 시대의 도래' 라고 평가했다. 거대 담론이나 역사로서의 서사와 그에 수반된 개개인의 삶의 변화가 아니라, 이야기의 중심에 개인이 있고, 그 무엇보다도 개인의 역사, 개인의 서사가 중요하게 된 시대의 반영이라는 것이다. 개인에게 일어나는 변화가 세계를 파멸시키기도 하고, 세계를 구하기도 한다는 그런, 관점의 전환이 이 소설의 큰 특징이라고 보는 것이다.

확실히, 이 소설에는 가상의 1984년이 등장하고 - 그것을 주인공들은 1Q84라고 표현한다 - 실제로 어떠한 역사적인 일들도 일어나지 않지만, 외로운 소년이었다가 수학 강사가 된 '덴고'와 '증인회' 신자였다가 근육 트레이너이자 킬러가 된 '아오야메' 두 사람의 역사가 날줄과 씨줄처럼 연계되고,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액자 소설처럼 등장하는 '공기 번데기'의 '리틀 피플'은 그 실체가 뚜렷하지 않지만, 확실히 '부정적인 어떤 것' 을 대변하는 하나의 상징처럼 읽히게 된다.

두 개의 이야기가 동시적으로 전개되는 방식은 - 홀수장은 아오야메의 이야기가, 짝수장은 덴고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 "내정과 열정"과 비슷한 구성이지만, 그보다는 좀 더 서사적이고,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와도 비슷하지만 그 보다는 좀 더 현실적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다의적'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와 우리가 모르는 세계가 있다.
이 거대한 세계는 그냥 굴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개개인의 삶의 관점에서 보면 그냥 저절로 굴러 가는 세계와 우리의 작은 의지와 행동에 의해 변해가는 세계로 구분된다. 미시적인 관점에서의 세계 - 개인에 의해 변해 가는 세계- 의 변화가 모이다 보면, 거시적인 - 움직일 것 같지 않았던 실체로서의 세계 - 세계도 움직일수 있다는 메세지를 받았다. (그것이 무라카미 하루키가 의도한 주제이든 아니든 간에) 그리고, 그 원동력은, '누군가에 대한 지순한 사랑' 이라는 주제를 작가는 이토록 장대한 거대 서사시로 바꾸어 놓았다.

덴고의 아오야메에 대한 사랑이 1Q84의 세계로 아오야메를 끌어 들이고, 아오야메의 덴고에 대한 사랑이 1Q84에서의 덴고의 생명을 구해주게 된다. 그리고, 그 둘은 한번도 만난적은 없지만, '두 개의 달'을 통해 서로에 대한 감정을 공유하게 된다.
(이런 분위기는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 100%의 여자 아이를 만나는 일에 관하여" 라는 작가의 단편을 떠올리게 한다.)

한 마디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잘 읽힌다'는 것과 '재미있다' 라는 것, '뭔가 의미있는 것을 해냈다'는 느낌을 주는, 근래에 보기 드물었던 수작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온갖 상징과, 성의 묘사, 일상을 그려내는 듯한 묘사등도 책읽기을 가속시키는 하나의 요인이겠고...)

* 지금 책 표지를 들여다 보니 1권은 아오야메의, 2권은 덴고의 실루엣이 보인다. 의미심장한 구성이다.
* 책을 사면,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가 실린 Sony의 음악 CD가 딸려 온다. 듣기로는 이 음악들도 음악 챠트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고..

http://wiky.egloos.com2009-11-05T02:07:560.31010

by Wiky | 2009/11/05 11:10 | 트랙백 | 덧글(0)

이것이 책의 미래다 - 아마존 킨들 DX 사용기

심심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요즘,(회사 엘리베이터안에는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에 대해 나와 있던데, 뭐 그런 건지도..) 유일하게 인생의 낙을 느끼고 있는 건 역시 '책읽기' 다. 얼마전에 배송대행을 통해 아마존 닷컴에서 킨들 DX 라는 E-Book을 구입해서, 며칠동안 밤새는 줄 모르고 그 기기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테스트 해 보았고, 이제는 지쳐서 얌전히 신문이나 책들을 보고 있다.  
아마존 닷 컴에서 아주 싼 가격으로 영어로 된 책들이나, 신문 잡지 (USA Today 라든지, PC Magazine이라든지..) 를 컴퓨터 USB를 통해 내려 보고는 있어서, 방대한 자료 (E-book화 되어 있는 건 약 30만권이라고 한다.) 는 원없이 볼 수 있게는 되었는데, 역시나 아쉬운 건 한글로 된, 우리 나랏말의 책들이다. 처음부터 우리나라 도서 Contents의 현실은 익히 알던 터라, 왠만한 책들은 영어 공부도 할겸 원서로 읽자는 심정으로 구입을 했다.

얼마전에 Kindle2 International 판이 출시되기는 했는데, Kindle DX는 아직까지는 공식적으로 미국내에서만 판매된다. 따라서 아마존에서 우리나라로는 주문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GS샵의 배송대행 서비스를 이용해서 구입을 했다. 킨들 DX 기기 자체는 489달러인데, 기기 보관용 Case 49달러, 배송 대행료및 운송료 20,900원, 관세 69,536원을 내서 대략 70만원이 들었다. (왠만한 노트북 한대 값이다.)

3주 정도 사용해 본 후기는, 대만족이다. 만족도는 한참때의 아이팟터치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Amazon 사이트를 통해서 영자 신문을 보고(14일 동안은 구독료가 무료이다.), 구텐베르크 같은 사이트를 통해 저작권이 없어진 책들도 받아서 보고, LEC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나라 신문을 PDF 형태로 받아서 넣어도 보고, Calibre라는 Tool을 통해 정기 간행물(시사인이라는 주간지와, NewsWeek을 보고 있다.)도 받아 보고, 만화책도 넣어 보고, 어찌어찌해서 소장하고 있던 Text 파일들도 보고, 해 볼수 있는 건 다 해봤다. 

써 보면 써 볼수록, 기기의 완성도가 높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E-Book이라는 기기 자체가 아니라, 그 기기를 통해서 경험할 수 있는 Contents의 질이라는 생각이 든다. 애플의 아이폰이 App Store를 통해 성공했듯이, 아마존의 킨들은 아마존 서점의 방대한 30만권의 장서와, 그것을 3G Wireless로 즉석에서 받아 볼 수 있도록 한(3G Wireless는 비록 미국내에서만 서비스되고 있긴 하지만) 혁신적인 서비스의 창출을 통해서 성공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마존의 성공에 고무되어 다양한 단말기가 출시되었고 (네오룩스의 누트, 아이리버의 스토리, 삼성전자 파피루스등), 심지어 인터파크와 LG는 아마존과 똑같은 형태의 서비스 (전용 단말기 + 3G Wireless 컨텐츠 다운로드)까지 내년에 선보일 계획이다. 분명한 건, 양질의 컨텐츠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고, 얼마나 빨리, 얼마나 저렴하게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베스트 셀러들은 Paper로만 만들어지는 현실을 보라. E-book들은 출간된지 1년이 넘은 저작물들이 대부분이며, 가격도 일반 서적이나 E-Book이나 별 차이가 없다. 모든 책들은 Paper와 E-Book 형태로 제공되고, E-Book들의 대부분의 가격이 $9.9로 Paper의 절반 밖에 안 되는 아마존의 실상을 분명히 알아야 우리나라 E-Book 시장의 살길도 보일것이다.)  


* E-Book을 사기전 약 3주간 Naver의 E-Book Cafe를 통해 열심히 연구했다. 처음에는 아이리버 스토리를 검토하다가, 결국에는 궁극의 E-Book이라는 킨들 DX로 왔다. Naver E-Book 카페는 E-Book에 관한 거의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정보의 보고다.
사이트 주소: http://cafe.naver.com/ebook

* 첨부 사진들은 개봉에서 사용하기까지의 인증샷.


by Wiky | 2009/11/03 17:31 | 책의 향기 | 트랙백 | 덧글(0)

[Book] 요노스케 이야기 - 걸작 청춘 소설

처음에 렛츠리뷰에서 이 책을 신청할 때만 해도, '설마 될까?' 와 '그리 두껍지 않은 가벼운 소설' 이겠지 싶었는데, 책을 받아 든 순간 두 가지 예측 다 빗나갔음을 알았다. 487쪽 짜리의 두툼한 양장본이다. 이걸 언제 다 읽어 싶었는데,
출판사에서 저런 정성어린 메세지 - 좋은 서평부탁드리겠습니다 - 까지 적어 줬는데, 빈둥거리며 안 읽을 수는 없었다. 

예상과 빗나간 부분이 하나 더 있는데, 이 책은 무척이나 경쾌하고, 잘~ 읽힌다는 점이다. 맘 먹고 Working Day 하루 (8시간) 정도면 다 읽을 수 있다. 문장은 경쾌하고, 곳곳에 자연스러운 유머가 스며 있어서, 읽는 내내 행복한 기분일 수 있었다. 

이 작품은 18살 시골 소년인 요코미치 요노스케의 도쿄에서의 1년 동안의 성장기를 그린 내용이다. 전작인 '7월 24일 거리' 와 사뭇 다른 분위기였지만, '반짝반짝' 이다 못해 눈부시기까지 한 '청춘'의 이미지는 여전히 느낄 수 있었다. 

책은 술술 잘 읽히다가 페이지 60에 이르러 갑자기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분위기의 반전이 있다. 
*** 표시가 나오는 부분이다. 이해하는 데 한참이나 걸렸는데, 비밀의 문과 같은 "***" 표시는 영화로 치면 시간에 관련된 플래쉬 백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요노스케 주변 인물들의 20년 뒤의 일상을 타임머신을 타고 가듯 잔잔하게 그려 놓았다. 요노스케의 18살~19살을 그리면서, 20년 뒤 (그 20년 뒤는 지금 현재의 오늘이다.) 를 그리는 모습은, 작가가 인터뷰에서 한 

"어떤 사람이 어떠한 계기를 통해 변화하는 다양한 내면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런 내용에 흥미를 갖고 있고, 등장 인물에 투영시켜서 쓰고자 한다" 

말을 그대로 작품으로 구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에 입학하여 도쿄에 막 상경한 요노스케는 어리벙벙하고 허둥대는 18살의, 낙천적이고, 다소 뻔뻔할 만큼 넉살좋은 성격의 소년이다. 대학에 와서 어이 없는 이유로 삼바 동아리에 가입하고, 호텔 룸서비스 아르바이트를 하고, 루라모치, 유이, 가토라는 동급생 친구들을 사귀고, 쇼코라는 다소 엉뚱한 부잣집 딸과 연애를 한다. 입한한 4월부터 그  다음해 3월까지 대학 1학년 생의 정신없이 바쁜 삶이 유쾌한 필치로 그려져 있다. 
요노스케의 긍정적인 삶의 에너지는 20년이 지난 뒤 그를 알던 모든 이들에게 '아.. 그 때의 그... 아이...' 라는 식의 삶의 여운으로 남고, 그 때를 회상하면서 잔잔한 웃음을 지을 수 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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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아닌 것 같은데."
"그럼 뭐죠?"
"으음..... 갓 상경했을 때보다......"
"때보다?"
"...... 빈틈이 없어졌다!?"
"빈틈?"
"그래, 빈틈."
"저기, 제 입으로 이런 말 하긴 뭣하지만, 저는 늘 사람들한테 '넌 빈틈투성이야'라는 말을 듣는데요."
"아, 물론 그렇긴 하지, 요노스케 군이 빈틈이 많은 건 확실해. 그렇긴 한데 그래도 그게 점점 채워진 것 같다고 할까...."
"왠지 어중간 하네요."
"맞아, 그렇게 어중간하지 않으면 그땐 정말로 요노스케 군이 아닌 거지. 그 부분을 잘 간직해야 해."
"어떻게 하면 어중간한 걸 간직할 수 있나요?... 아니, 잠깐만, 그보다 그런 건 간직하고 싶지도 않아요."
허둥거리는 요노스케를 보며 교코가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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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작가들의 소설은 대부분 좋아 한다. 그러면서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들이 최근 들어 굉장이 톤이 어두워지고 무거워진 점, 요시모토 바나나는 경쾌하기는 한데 너무 오컬트적인 요소가 많아서 일상성이 느껴지지 않는 점, , 오쿠다 히데오의 과장과 억지스러움, 아사다 지로의 신파와는 달리, 요시다 슈이치는 경쾌하면서도 일상적인 소재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나이가 들어서 번잡스러운 것들이 싫어져서 이런 건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로, 한국 소설들에 만연돼어 있는 엄숙주의 (최근 김연수의 신작 단편 소설집을 읽다가 숨이 막힐뻔 했다! 왜 소설들이 항상 묵직하고, 문학적인 상징으로 똘똘 뭉쳐 있어야만 하는 걸까...)와 문단의 폐쇄성에 비하면, 일본 소설들의 다양성들은 우리 작가들이 배우고, 독자들도 그런(다양하고 경쾌한 소재의 한국)소설들을 구매하고 힘을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책에 딸려온 사은품 티슈~. 사소하지만, 너무 정겹고 귀여워서 한 컷 올린다. 

 
 <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 >   
렛츠리뷰

by Wiky | 2009/10/31 16:13 | 책의 향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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