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19일
[Book] 공무도하 - 허무한 현실주의
공무도하 - ![]() 김훈 지음/문학동네 |
"... 인간은 비루하고, 인간은 치사하고, 인간은 던적스럽다. 이것의 인간의 당면 문제다. 시급한 현안 문제다..." P35 "내게 있어서 문체는 고통스런 글쓰기의 조건이다. 문체가 확보되지 않으면 한 줄도 쓸 수 없다. 판소리로 비유하자면 장식음이 많은 서편제가 아니라 소리의 뼈만 가지고 있는 동편제 같은 글을 쓰고 싶다. 말의 군살을 다 버리고 뼈대인 주어와 동사만 가지고 장편 소설을 쓸 것이다.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허영인 것 같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 " (오마이뉴스 인터뷰 ) 문체에 그렇게 집착할 거라면, 차라리 시를 쓰지 왜 이 작가는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헤메일까? 그는 이 소설에서 물기기 말라 푸석푸석해진 문체로 시간과 공간을 헤매다가, 누가 뭐래도 시간은 흘러가고, 삶은 살아지고, 결국 비루한 현실만이 남는다는 종착역에 다다른다. '칼의 노래'나 '남한산성' 같은 역사 소설에서는 문체의 힘이 이야기를 끌어 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대를 소재로 한 이번 소설은 마치 신문기사처럼 메마르고 스쳐가는 일상의 스케치밖에 안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의 40대 남자들에게 그의 소설은 텍스트로 읽힐만큼 인기란다. 비루한 현실 속에서 묵묵히 버틸 수 밖에 없는, 처자식 먹여 살리기 위해 간 하나쯤은 빼 놓을 수 있는 그런 현실적인 (혹은 비겁한) 이들을 대변하는 이야기처럼, 김훈의 소설은 읽히나 보다. 이 소설이 재미 없다는 건 아니다. 잘 읽히고, 탐미적이어서 김동인의 '광염 소나타'를 떠 올렸을 정도다. 단지, 다 읽고 나서 '그래서.... 어쩌라고.....' 라는 말이 멤돈다면 그건 주제 의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로쟈의 '인문학 서재'에서 김훈에 대해 "그는 3인칭 소설은 커녕, 소설 자체를 쓴 일이 없고, 앞으로도 별로 쓸 일이 없을 거라는 게 내 생각이다" 라고 날선 비평을 한 적이 있다. 로쟈는 문체에 함몰된 그의 이야기들을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의 연장선으로 보았다. 같은 맥락이라면, 이 소설 '공무도하'는 신문 기사의 연장선으로 봐야 할 지도 모르겠다. 전문가가 아니라, 순수하게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판단하면, 이 소설은 재미있고, 잘 읽힌다. 주제 의식의 호불호와 책 읽기의 호불호는 분명 일치하지 않기에, 이 소설의 평점은 별 4개를 줄 수 있다. 하지만, 현실 인식과 주제 의식이 모호한 소설들을 계속 써 갈 거라면, 그의 소설을 사서 읽는 일은 앞으로는 없을 것 같다. 상상력이 발휘되는 역사 소설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
http://wiky.egloos.com2009-11-18T15:47:070.3
# by | 2009/11/19 00:47 | 영화 읽기 | 트랙백 | 덧글(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