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공무도하 - 허무한 현실주의

공무도하공무도하 - 8점
김훈 지음/문학동네

"... 인간은 비루하고, 인간은 치사하고, 인간은 던적스럽다. 이것의 인간의 당면 문제다. 시급한 현안 문제다..." P35

"내게 있어서 문체는 고통스런 글쓰기의 조건이다. 문체가 확보되지 않으면 한 줄도 쓸 수 없다. 판소리로 비유하자면 장식음이 많은 서편제가 아니라 소리의 뼈만 가지고 있는 동편제 같은 글을 쓰고 싶다. 말의 군살을 다 버리고 뼈대인 주어와 동사만 가지고 장편 소설을 쓸 것이다.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허영인 것 같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 " (오마이뉴스 인터뷰 )

문체에 그렇게 집착할 거라면, 차라리 시를 쓰지 왜 이 작가는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헤메일까? 그는 이 소설에서 물기기 말라 푸석푸석해진 문체로 시간과 공간을 헤매다가, 누가 뭐래도 시간은 흘러가고, 삶은 살아지고, 결국 비루한 현실만이 남는다는 종착역에 다다른다. '칼의 노래'나 '남한산성' 같은 역사 소설에서는 문체의 힘이 이야기를 끌어 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대를 소재로 한 이번 소설은 마치 신문기사처럼 메마르고 스쳐가는 일상의 스케치밖에 안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의 40대 남자들에게 그의 소설은 텍스트로 읽힐만큼 인기란다. 비루한 현실 속에서 묵묵히 버틸 수 밖에 없는, 처자식 먹여 살리기 위해 간 하나쯤은 빼 놓을 수 있는 그런 현실적인 (혹은 비겁한) 이들을 대변하는 이야기처럼, 김훈의 소설은 읽히나 보다.

이 소설이 재미 없다는 건 아니다. 잘 읽히고, 탐미적이어서 김동인의 '광염 소나타'를 떠 올렸을 정도다.
단지, 다 읽고 나서
'그래서.... 어쩌라고.....'
라는 말이 멤돈다면 그건 주제 의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로쟈의 '인문학 서재'에서 김훈에 대해 "그는 3인칭 소설은 커녕, 소설 자체를 쓴 일이 없고, 앞으로도 별로 쓸 일이 없을 거라는 게 내 생각이다" 라고 날선 비평을 한 적이 있다. 로쟈는 문체에 함몰된 그의 이야기들을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의 연장선으로 보았다. 같은 맥락이라면, 이 소설 '공무도하'는 신문 기사의 연장선으로 봐야 할 지도 모르겠다.

전문가가 아니라, 순수하게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판단하면, 이 소설은 재미있고, 잘 읽힌다.
주제 의식의 호불호와 책 읽기의 호불호는 분명 일치하지 않기에, 이 소설의 평점은 별 4개를 줄 수 있다. 하지만, 현실 인식과 주제 의식이 모호한 소설들을 계속 써 갈 거라면, 그의 소설을 사서 읽는 일은 앞으로는 없을 것 같다. 상상력이 발휘되는 역사 소설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http://wiky.egloos.com2009-11-18T15:47:070.3810

by Wiky | 2009/11/19 00:47 | 영화 읽기 | 트랙백 | 덧글(1)

[Book] 파페포포 레인보우

파페포포 레인보우파페포포 레인보우 - 8점
심승현 지음/예담

파페포포 시리즈의 4번째 책이 나왔다.
매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가슴이 아련한' 이야기를 하는 구나 싶은데, 이번 편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어쩌면, 새로울 것이 없는, 우리 주변의 있음 직한 익숙한 이야기들을 감성적인 그림으로 표현해 내는 것이 이 책의 강점이자, 약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감성'이라는 것이 개개인의 편차를 가질 수 밖에 없는 추상적인 개념이기에, 그 편차에 따라 책에서 받는 감동의 깊이도 달라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나는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 다 읽고 나서는 뭉클한 감동을 느꼈는데, 집사람은 몇 장 읽고 나더니 "에게~. 이게 뭐' 이런 반응이었다.

Blue, Red, Yellow, Green, Orange, Indigo, Purple의 7가지 색에 맞추어 각 주제별로 6~7여가지의 에피소드들을 그려 놓았다. 각 에피소드들은 서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전작들에 비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파페와 포포의 사랑 이야에서, 파페와 포포의 아기 이야기, 아버지 이야기, 친구 이야기등 세계가 확장되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27번째 에피소드가 지치고 힘든 나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 주는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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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에서 신나게 놀다 온 아이가
그날 저녁부터 열이 나고 기침을 하고, 밥도 잘 안 먹는다.
병원에 겠더니 열감기라고 한다.
해열제를 먹였는데도 잠시뿐, 조금 지나면 또 열이 올랐다.
이러다가 큰일 나진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밥도 잘 먹고,
생글생글 잘 웃고, 장난도 치면서 뛰어 논다.

앓을 만큼 앓고 나면 괜찮아 진다는 어른들 말이 맞나 보다.
며칠 앓고 나면 괜찮아지는 감기처럼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들이 있다.

고난과 역경이 아무리 오래 간다 해도
인생이란 시간보다 길 순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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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iky.egloos.com2009-11-10T15:51:530.3810

by Wiky | 2009/11/11 00:52 | 책의 향기 | 트랙백 | 덧글(0)

1Q84- 당신에게는 구원이 되는 사랑이 있습니까?

1Q84 11Q84 1 - 10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문학동네

갓 돌 지난 애기와 놀아주는 것도 유예하고, 집사람의 갖은 눈총을 다 버텨가며 최근에 완독한 책은 '요노스케 이야기'와 바로 이 화제의 신간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다.

책을 다 읽고 탁 덮었을때 옆에서 집사람이 줄거리가 뭐냐고 물어봤을 때, 한참을 -5분 이상- 고민 했다. 이 책의 줄거리는 한마디로 요약하기 무척이나 어려운, 말그대로 '다의적' 이기 때문이다.
" 주인공은 덴고라는 남자와 아오야메라는 여자인데, 결국은, 어떠한 경우에도 사랑만이 영원하다는 이야기야" 라고 말해주기는 했는데, 그렇게 말하고 나서도 뭔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어떤 평론가는 '개인 서사 시대의 도래' 라고 평가했다. 거대 담론이나 역사로서의 서사와 그에 수반된 개개인의 삶의 변화가 아니라, 이야기의 중심에 개인이 있고, 그 무엇보다도 개인의 역사, 개인의 서사가 중요하게 된 시대의 반영이라는 것이다. 개인에게 일어나는 변화가 세계를 파멸시키기도 하고, 세계를 구하기도 한다는 그런, 관점의 전환이 이 소설의 큰 특징이라고 보는 것이다.

확실히, 이 소설에는 가상의 1984년이 등장하고 - 그것을 주인공들은 1Q84라고 표현한다 - 실제로 어떠한 역사적인 일들도 일어나지 않지만, 외로운 소년이었다가 수학 강사가 된 '덴고'와 '증인회' 신자였다가 근육 트레이너이자 킬러가 된 '아오야메' 두 사람의 역사가 날줄과 씨줄처럼 연계되고,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액자 소설처럼 등장하는 '공기 번데기'의 '리틀 피플'은 그 실체가 뚜렷하지 않지만, 확실히 '부정적인 어떤 것' 을 대변하는 하나의 상징처럼 읽히게 된다.

두 개의 이야기가 동시적으로 전개되는 방식은 - 홀수장은 아오야메의 이야기가, 짝수장은 덴고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 "냉정과 열정"과 비슷한 구성이지만, 그보다는 좀 더 서사적이고,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와도 비슷하지만 그 보다는 좀 더 현실적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다의적'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와 우리가 모르는 세계가 있다.
이 거대한 세계는 그냥 굴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개개인의 삶의 관점에서 보면 그냥 저절로 굴러 가는 세계와 우리의 작은 의지와 행동에 의해 변해가는 세계로 구분된다. 미시적인 관점에서의 세계 - 개인에 의해 변해 가는 세계- 의 변화가 모이다 보면, 거시적인 - 움직일 것 같지 않았던 실체로서의 세계 - 세계도 움직일수 있다는 메세지를 받았다. (그것이 무라카미 하루키가 의도한 주제이든 아니든 간에) 그리고, 그 원동력은, '누군가에 대한 지순한 사랑' 이라는 주제를 작가는 이토록 장대한 거대 서사시로 바꾸어 놓았다.

덴고의 아오야메에 대한 사랑이 1Q84의 세계로 아오야메를 끌어 들이고, 아오야메의 덴고에 대한 사랑이 1Q84에서의 덴고의 생명을 구해주게 된다. 그리고, 그 둘은 한번도 만난적은 없지만, '두 개의 달'을 통해 서로에 대한 감정을 공유하게 된다.
(이런 분위기는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 100%의 여자 아이를 만나는 일에 관하여" 라는 작가의 단편을 떠올리게 한다.)

한 마디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잘 읽힌다'는 것과 '재미있다' 라는 것, '뭔가 의미있는 것을 해냈다'는 느낌을 주는, 근래에 보기 드물었던 수작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온갖 상징과, 성의 묘사, 일상을 그려내는 듯한 묘사등도 책읽기을 가속시키는 하나의 요인이겠고...)

* 지금 책 표지를 들여다 보니 1권은 아오야메의, 2권은 덴고의 실루엣이 보인다. 의미심장한 구성이다.
* 책을 사면,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가 실린 Sony의 음악 CD가 딸려 온다. 듣기로는 이 음악들도 음악 챠트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고..

http://wiky.egloos.com2009-11-05T02:07:560.31010

by Wiky | 2009/11/05 11:10 | 책의 향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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