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글목을 돌다 - ![]() 공지영 외 지음/문학사상사 |
뭔가 거창한 서사를 바라기에는 시대가 많이 바뀌긴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만 해도 '태엽감는 새'에서 보여 줬던 만주 벌판을 가로 지르던 서사에서, '1Q84'의 작은 세계로 들어올 정도니 말이다. 그렇다고 그런 경향에 대해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지극히 사소설적인 내용이라고 생각되는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가 아마존에서 베스트 셀러가 되는 시대이니 말이다. 2011년 이상 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공지영의 '맨발로 글목을 돌다'는 작중 화자가 마치 작가인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개인의 이야기이지만, 그 작가가 만나는 "H" 라는 인물을 통해 서사의 장르를 획득한다. "H"는 젊은 시절 일본에서 북한에 납치되었다가 풀려난 일본인이다. "H"의 에피소드에,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탈레반의 한국인 납치 사건, 위안부 이야기까기 이어지면서, 개인의 삶 속에 투영되는 역사와 운명의 이야기까지 소설의 의미가 확장된다. "운명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왜 착한 사람들에게만 저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나는 그것이 알고 싶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H를 만나고 나는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착한 사람들에게만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 이유는 그들만이, 선의를 가진 그들만이 자신에 대한 진정한 긍지로 운명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걸 말이지요." 극중 화자의 이 말은 약간은 체념적이지만, 이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의식일수도 있겠다. "어쨌든 한 인간이 성장해 가는 것은 운명이다." 라고 역시 극중 화자는 소설의 말미에서 결론짓듯 말한다. 작가의 자선 대표작 '진지한 남자'는 우리나라 문단의 세태를 풍자하는 듯, 작가 자신의 신산했던 과거의 회고록처럼 읽힌다. 우수상 중에는 엄마와 딸의 화해를 그린 정지아의 '목욕 가는 날', 금고에 갇힌 금고 털이범이라는 재미난 소재의 김언수의 '금고에 갇히다' 정도가 좋았다. 이야기가 있고, 대화가 있는 소설들은 재미가 있는데, 나머지 소설들은 (김경욱의 '빅브라더', 김태용의 '뒤에', 전성태의 '국화를 안고', 황정은의 '묘씨생', 김숨의 '아무도 돌아 오지 않는 밤') 좀 난해하거나 지루했다. |
http://wiky.egloos.com2011-06-10T23:40:3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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