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맨발로 글목을 돌다. - 개인적 서사의 시대

맨발로 글목을 돌다맨발로 글목을 돌다 - 8점
공지영 외 지음/문학사상사

뭔가 거창한 서사를 바라기에는 시대가 많이 바뀌긴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만 해도 '태엽감는 새'에서 보여 줬던 만주 벌판을 가로 지르던 서사에서, '1Q84'의 작은 세계로 들어올 정도니 말이다. 그렇다고 그런 경향에 대해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지극히 사소설적인 내용이라고 생각되는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가 아마존에서 베스트 셀러가 되는 시대이니 말이다.

2011년 이상 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공지영의 '맨발로 글목을 돌다'는 작중 화자가 마치 작가인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개인의 이야기이지만, 그 작가가 만나는 "H" 라는 인물을 통해 서사의 장르를 획득한다. "H"는 젊은 시절 일본에서 북한에 납치되었다가 풀려난 일본인이다. "H"의 에피소드에,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탈레반의 한국인 납치 사건, 위안부 이야기까기 이어지면서, 개인의 삶 속에 투영되는 역사와 운명의 이야기까지 소설의 의미가 확장된다.

"운명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왜 착한 사람들에게만 저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나는 그것이 알고 싶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H를 만나고 나는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착한 사람들에게만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 이유는 그들만이, 선의를 가진 그들만이 자신에 대한 진정한 긍지로 운명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걸 말이지요."

극중 화자의 이 말은 약간은 체념적이지만, 이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의식일수도 있겠다.

"어쨌든 한 인간이 성장해 가는 것은 운명이다."

라고 역시 극중 화자는 소설의 말미에서 결론짓듯 말한다.

작가의 자선 대표작 '진지한 남자'는 우리나라 문단의 세태를 풍자하는 듯, 작가 자신의 신산했던 과거의 회고록처럼 읽힌다.

우수상 중에는 엄마와 딸의 화해를 그린 정지아의 '목욕 가는 날', 금고에 갇힌 금고 털이범이라는 재미난 소재의 김언수의 '금고에 갇히다' 정도가 좋았다. 이야기가 있고, 대화가 있는 소설들은 재미가 있는데, 나머지 소설들은 (김경욱의 '빅브라더', 김태용의 '뒤에', 전성태의 '국화를 안고', 황정은의 '묘씨생', 김숨의 '아무도 돌아 오지 않는 밤') 좀 난해하거나 지루했다.


http://wiky.egloos.com2011-06-10T23:40:310.3810

[Movie] 소스코드 - 시지프스의 신화, 그리고 사랑. 영화 읽기


소스 코드
- 8점

던칸 존스

 이 영화, 왠지 익숙한 전개다. 과거에 접속해서 미래를 바꾼다는 설정은 '타임머신', '백튜더 퓨처', '나비 효과' 등에서 보아 왔던 익숙함이다.
그러나, 이 영화, 익숙하지 않은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물리학적으로(에너지 보존의 법칙에 배치되는) 설명이 안 되는 설정 대신, 8분 동안의 과거의 기억에 접속해서 현재를 알아 낸다는 양자 역학이라는 개념을 들고 나왔다.
내가 아는 양자 역학이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 - 어떤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은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될 수 없다 - 가 전부인데, 그게 8분간의 과거 기억의 재생과 어떤 식으로 연관되는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현실 세계에 다차원의 시공간이 여러개 존재한다는 '평행 우주론'이 더 결말을 잘 설명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그런저런 복잡한 물리학 용어를 몰라도 상관없다. 실제 영화 보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으니까.

'더 문' 이라는 재기 발랄한 저예산 SF 영화로 대박을 친 감독 답게, 과학적 소재에 녹여낸 휴머니즘은 발군의 솜씨다. 주인공 콜트 스티븐슨을 연기한 제이크 질렌한은 영화를 보는 내내 '조지 클루니' 류의 잘 생긴 배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수행하는 끝이 없이 반복되는 8분간의 임무는 '시지프스의 신화'를 떠 올리게 한다. 시지프스 이야기는, 영화가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반전으로 등장한다.

비슷한 일을 끊임없이 되풀이해야 하는 현대인의 슬픈 현실을 투영한 것이라 생각하면 좀 슬퍼진다. 하나의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어도, 현실에서 되돌아 오는 건 '다음 프로젝트'와 더 큰 성공을 기대하는 주변의 압박감이다. 개인적으로 더 큰 지위에 올라가게 되어 당장의 고난과 고단을 벗어났다고 해도, 이름만 다른 또 다른 누군가는 동일한 일을 해야 한다.

비록 시간의 무한 루프에 빠진다 해도, '사랑'을 지킬 수 있다면 새에 심장을 쪼이는 고통쯤은 감수할 수 있을까? 영화는 '해피엔딩'이자 '새드엔딩'으로 끝나지만, 영화관을 나오는 순간까지도 가슴 한 켠에 '아릿함'을 남겨 놓는다.


http://wiky.egloos.com2011-05-09T14:39:380.3810

[E-Book] 꿈꾸는 다락방 R=VD 책의 향기

 이 책은 종이책이 아니라 스마트폰에 다운 받아서 전자책 뷰어로 읽었다. 알라딘 앱은 인터넷 서점답게 다운 받을 수 있는 책은 제법 되지만, 해상도가 좋은 스마트 폰으로 보기에는 가독성이 너무 나빴다. 내용마저 재미가 없었다면 끝까지 읽지 못했을 것 같다. 

책의 주제는 한 마디로 요약하면 R=VD 이다.

R = 현실이 된다.
V = 생생하게,
D = 꿈꾸면.

뭔가 기시감이 느껴지는가? 그렇다. 몇년전 열풍을 일으켰던 '시크렛'이라는 자기 계발서와 일맥 상통하는 내용이다.
글의 주제나, 예시를 드는 방법이 지극히 기독교적이다. 정말로 특수한 경우를 예로 들어 일반화 시키는 방법 말이다.

통계적으로 논증하지 않는 한, 대부분의 자기 계발서에서 논지를 펴 나가는 방식은 목사님 설교 방식이다. 이 책도 그런 식상한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용기를 북돋워 주는 것은 좋다. 그러나, 정말 생생히 꿈꾸고 노력했는데도 바램이 현실로 이루어 지지 않는 대부분의 경우를 어떻게 설명할까? 책의 주장대로라면 이렇다. '그것은 당신의 잘못이라고. 더 생생하게 꿈꾸지 않았고, 더 열심히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대부분의 경우엔 틀리지 않은 설명이겠지만, '열심히 노력했다면 그것으로 족한거야. 결과가 언제나 니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고, 그렇게 되지 않아도 괜찮으니 너무 무리하지마' 라고 말해 주는 것도 필요하지는 않을까... 

하지만, 요즘엔 세상의 그 누구도 그렇게 얘기하지는 않는다. 

"열심히만 하지 말고, 잘 하란 말이다." 
"좀 스마트하게 해 보지?" 
"결과가 좋아야 다 좋은 거야, 과정이야 어떻든 간에" 

이런 식으로 말한다. 

모든 자기 계발서의 효용 가치가 그렇듯이, 책을 읽는 순간만이라도 자신이 변한다는 느낌은 받고 싶다면, 아무런 의지나 생각도 없이 수동적으로 사는 삶이 싫다면, 이 책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 이지성 지음 / 국일미디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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