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시간이 진정한 해방의 원천 끄적끄적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약 6개월 정도 봤었다. 나의 지적 능력이 갈수록 퇴화되서인지, 내용들이 너무 어려워서 구미에 맞는 기사들만 몇 꼭지씩 읽곤 했는데, 4월호에 나온 '앙드레 고르'의 기사는 실제 몸으로 느낄수 있는 것이이어서 공감이 갔다. 그 중 일부분을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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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시간이 진정한 해방의 원천" - 앙드레 고르

o 이제 사람들은 노동 시간 단축을 마치 해방의 시간이 아니라, 필요한 희생, 일자리와 월급 나누기 같은 어쩔 수 없는 일처럼 소개하며, 임금 수준을 노동 시간과 같은 비율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o 시간의 해방이 제 이름값을 하려면, 광범위한 방법 중에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즉, 하루,주당,월간 (퀘벡에서처럼) 혹은 연간 노동 시간을 단축할 권리, 안식년에 대한 권리, 혹은 캐나다에서처럼 5년마다 1년간의 휴가를 누릴 권리, 광범위하게 실시되고 있는 육아 휴가 (옛 체코슬로바키아는 36개월, 스웨덴은 12~15개월)를 최종 봉급 대비 70~90%의 유급으로 누릴 권리, 그리고 그 휴가를 부모들이 마음대로 쪼개 쓰고 서로 나눠 쓸 수 있는 권리, 프랑스에서처럼 최종 봉급 70% 유급으로 24개월까지 개인적인 교육을 위해 휴가를 쓸 수 있는 권리, 병든 부모나 자식의 병간호를 위해 유급 휴가 (스웨덴 모델)를 누릴 권리 등등이다. 이를 위해 개개인의 계획이나 가족 상황에서 맞춰 시간과 업무 시간표를 스스로 관리해야 하고, 특히 '기업주들의 착취를 막기 위해 스스로의 자율적 결정에 따른 행위를 중시하는 문화를 발전 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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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부터 회사에서는 Flexible 출근제라는 게 도입이 되었다. 아침에 1시 이전까지만 출근하면 되고, 하루에 점심시간 포함 9시간만 일하면 되는 제도다. 아직은 문화가 정착되지 않아서, 그런 경우를 못 봤지만, 7시에 출근하면 4시에 퇴근, 1시에 출근하면 밤 10시에 퇴근하면 되는 식이다.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것이 '스스로의 자율적 결정에 따른 행위를 중시하는 문화' 로 위의 얘기와 똑같은데, 과연 이 제도가 언제까지 지속이 되고, 실효성을 가질지는 의문이다. 아직까지는 예전에 비해 업무 시간이 줄었다거나, 야근을 덜하게 되었다거나 하는 식의 변화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중학교 교과서에선가, 초등학교 교과서에선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파리의 경찰서장이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끊임없이 일이 주어지고, 일이야 말로 삶의 의미를 느끼게 하는 모든 것' 이라는 주제의 수필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는 그런가 보다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실제를 일을 하다 보니까, 끊임없는 근면성을 요구하는 것은 한줌도 안 되는 자본가들이 만들어 낸 허구에 다름 아님을 알게 되었다.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여가 시간'만큼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없다. 며칠 놀아 보고 '지겹다'느니, '차라리 일을 하는게 더 낫겠다'느니 하는 것들은 우리의 놀이 문화가 그 만큼 후진적이기 때문이다 라는 기사를 신문에서 본 기억이 난다. 정말로 즐겁게, 자신이 원하는 놀이 문화를 못 찾다 보니, '돈' 가지고 할 수 있는 여가에만 매달리게 되고, 여가가 아니라 오히려 일의 연장인 것 처럼 느껴지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 주 금요일에 휴가를 쓰고 나서, 3일 동안 집안 일을 하면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그 동안 엄두도 못 냈던 집안 대 청소를 하고, 옷과 먼지로 꽉 차 있던 작은 방을 정리해서 애기 침대방으로 만들고, 안방을 깨끗하게 정리를 했다. (비로소 자취생이 사는 곳이 아니라 신혼부부가 사는 집이다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회사일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성취감을 맛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고 났더니, '아 이제 회사일을 열심히 할 차례가 되었구나' 라는 의욕이 저절로 생겼다. (응?)

"자유 시간이 진정한 해방의 원천" 이라는 명제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자유 시간과 일은 상호 종속적이 아닌, 진정한 대등 관계로 재 평가되어야 할 시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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