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로쟈의 인문학 서재 - 살아서 펄떡이는 인문학 책의 향기



로쟈의 인문학 서재로쟈의 인문학 서재 - 10점
이현우 지음/산책자

어렵고, 따분하고, 말발 세우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지루한 강의 정도라고 생각했던 인문학에 대한 인상이 이 책을 통해서 바뀌게 생겼다. 대단한 학문적 깊이와 박학을 자랑하는 '로쟈'라는 작가를 통해서다. 이 책의 읽고서 그의 팬이 되어 버렸다. 그가 운영하는 인터넷 서재를 즐겨 찾기에 등록했고, 틈날 때 마다 찾아서 그의 책갈피, 그의 글들을 읽고 있다.

주례사 비평, 책을, 혹은 영화를 팔아 먹이 위한 비평이 난무하는 시대에, 모든 사물을 '삐딱하게' (사실 이 '삐딱하게'가 인문학의 기반이겠지만) 파헤치는 그의 날선 비평들은, 그의 글을 읽는 독자들에겐 복이자, 경이의 세상이다. 어쩌면 이것이 원래의 인문학이 아닐까 싶다. 딱딱하고, 젠체하는 책장속의 고루함 속에서가 아니라(그의 비평을 빌자면, 책장조차 제대로 된 게 없다는 (오역,비문 투성이의 번역서들 때문에!) 게 현실이겠지만) 시퍼렇게 살아서 펄떡이고, '앎에 대한 즐거움', 지적 유희가 충만한 동시대성으로써의 인문학 말이다.

이 책을 통해 무작정 추종하기만 했던 '김규항'의 글이 무엇이 문제인지, 몇번씩 되풀이해서 읽을 만큼 좋아했던 '김훈'의 문체가 왜 문제가 되는지, '슬라예보 지젝'이 누구인지, 우리나라의 '번역'의 현실이 어떻고 그것이 왜 정상적이지 않은지 느끼고 생각하게 되었다. 실제로는 '인문학'이 정말 즐겁고 재미있는 학문이라는 것 또한 덤으로 알게 되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법으로써, 이 '인문학 서재'에 소개된 모든 책들을 따라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인터넷 서점에선 이 작가에 대해 상을 줘야 할꺼다.)

모처럼, 지적 희열의 바다에서 며칠간 마음 놓고 헤엄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인상적인 구절 몇 자락

o 정치와 경제의 관계는 궁극적으로 '두 옆얼굴이냐 꽃병이냐'라는 시각적 패러독스와 유사합니다. 둘 다 볼수는 없다는 얘기입니다. 즉 정치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면 경제는 고작 '재화의 공급'으로 축소되고, 경제에 초점을 맞추면 정치는 한갓 기술 관료주의의 영역으로 축소됩니다. (P343)

o 사회주의는 '상호 적대적인, 투쟁하는 계급들'이라는 정치적 상상계에 기초하며, 자본주의는 '상호 배제적이면서, 잠재적으로 적대적인 민족 국가들'이라는 정치적 상상계에 기초합니다. 근대의 이 두가지 정치적 비전 사이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어떤 차원이 시각적 경관을 경정 짓느냐입니다. 시각적 경관이란 적의 본질과 위치, 그리고 전쟁이 벌어지는 영토를 결정하는 것을 말해요. 민족국가들에서 그 차원은 공간이고, 계급투쟁(계급전쟁)에서 그 차원은 시간입니다. 공간은 민족국가들의 정치적 상상계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가지는데, 국가가 된다는 것은 영토를 소유한다는 것과 같은 뜻입니다. 반면에 계급투쟁에서 영토는 일시적입니다. 계급 혁명은 시대를 앞질러 간 역사적 사건으로 이해되기 때문에, 이 승리는 영토의 획득이 아니라 역사적 진보라는 용어로 기술되는 것이에요. (P345)



http://wiky.egloos.com2009-07-12T07:31:33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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