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9월 26일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의 생존법
네이버 백과 사전에 의하면,
"정서적 긴장이나 스트레스로 인하여 장관의 운동 및 분비 등에 기능장애를 일으키는 상태" 로 표현되는 병이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난 후, 대책없이 배에서 복통과 변의의 신호가 올 때, 주변에서 화장실을 찾을 수 없다면, 하늘이 노래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결혼한 지 얼마되지 않아 처가댁에 놀러 갔을 때의 일이다.
장모님께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사 주신다고 신경써서 맛있는 회를 떠 오셨고, 잘 먹는 건강한 모습을 보여 드려야 하겠기에 나름 열심히 먹었다. 열심히 먹고 난 후, 먼 길 가야하니 피곤할텐데 커피 한 잔하라고 타 주시는 커피까지 넙죽넙죽 받아 먹었다. 여기까지도 좋았다. 문제는 식사를 하고 난 후 3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집사람이 빨리 집에 가자고 조르는 데서 시작되었다.
장인장모님께 잘 지내시라는 인사를 하고 집사람을 차에 태우고 처가댁을 나서는 바로 그 순간부터 배에서 격렬한 반응이 일어났다. 그렇다고 인사까지 한 마당에 다시 처가댁에 되돌아가서 화장실을 사용할 수도 없고 해서, 처가댁의 아파트에서 100m도 안되는 주변 상가 갓길에 차를 대고 급히 화장실로 뛰어 갔다.
재미있는 사실은, 집사람도 나와 똑같은 과민성대장증후군 증상이 있다는 점이다.
올 초 봄 쯤이었을 것이다. 오랜만에 고향집에 내려가서 휴일을 보내고, 일요일 오후에 출발하는 길이었다. 점심 식사를 하고 바로 집을 나서서, 고속도로에 차를 올렸다. 톨게이트 들어서자마자 나오는 휴게소를 하나 그냥 지나고 채 1km도 못 가서 집사람이 얼굴이 노래져서 애타게 화장실을 찾았다. 갓길에 세울만한 장소도 없어서, 조금만 참으라 하고 20km 정도를 거의 시속 160km의 속도로 밟아서 다음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를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몇 번 하다 보면 위급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과민성대장증후군 생존법을 익히게 된다.
첫째, 어디에 있든, 어디를 가든 화장실의 위치를 먼저 파악한다.
둘째, 식사를 하고 나서 최소 1시간은 지나고 나서 이동을 한다.
대부분의 과민성대장 반응은 30분 이내에 나타난다는 것이 경험을 통해 얻은 법칙이다.
세째, 변의를 조금이라도 느끼게 되면 무조건 화장실에 들르고 본다. 볼일을 못 보더라도 화장실을 통해서 심리적 안도감을 확보한다.
네째, 출발지와 목적지사이의 동선과, 소요 시간과 동선 사이의 위치 정보(특히 공중 화장실의 위치 정보) 를 사전에 파악해 둔다.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에 처음 입사 면접 시험을 보러 갔을 때도(벌써 13년 전의 일이다), 어김없이 면접 건물의 화장실에 들렀었다. 난생 처음으로 먼지하나 없는 현대식 화장실을 경험하고는 그때 결심을 했었다. '이런 좋은 화장실을 가진 회사는 분명 좋은 회사일거야, 반드시 취직해야지' 하는.
각국의 거래 업체의 화장실을 두루 이용해 본 결과, 회사의 성장과 화장실의 청결도는 분명 비례 관계에 있었다. '화장실 관리도 제대로 못하는 회사가 어떻게 조직 관리를 제대로 하겠어' 라는게 신조라면 신조다.
궁극적으로는 증상을 치료하는 게 좋겠지만 - 매실이 소화기가 나쁜 사람에게는 특히 좋다. - 안 되는 걸 어떡하겠는가? 친구처럼 이해하고 적응하고, 달래가면서 공존하는 수 밖에..
# by | 2009/09/26 01:31 | 끄적끄적 | 트랙백 | 덧글(4)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배가 너무 아플땐 엄지 손가락 아래 손바닥의 불룩 나온 부분을 꾹꾹 주무르면 좀 나아진답니다. 정말 손바닥에 피멍이 들겠다 싶을 정도로 꾹꾹 눌러야 해요. 남편 역시 심각한 과민성대장증후군인데 이 방법이 언제나 효과가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