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강산무진 - 중년, 그 쓸쓸함과 치열함에 대하여 책의 향기

강산무진 - 10점
김훈 지음/문학동네


20대의 '무라카미 하루키' 라면, 40대의 '김훈'이다. 20대에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어야 한다면, 40대에는 김훈을 읽어야 한다. 20대의 정서를 하루키가 대변한다면, 40대는 김훈이 대변한다.

 

그의 대표작 '칼의 노래'를 처음 읽었을 때의 전율을 기억한다. 20대의 마지막에 그 책을 읽어서 잘 몰랐는데, 중장년 (40대~50대)의 심리를 가장 잘 그리는 작가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칼의 노래에서의 이순신 장군의 나이도 48세였다.

 

 

2003년~2006년 사이 발표된 단편 소설들을 모은 이 소설집도 중년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배웅' 은 한 때 대기업 식품 회사의 하청업체을 운영하던 한 남자 (김장수. 47세)가 IMF로 도산을 하고 택시 운전사로 살아가게 되고,  당시의 여직원 (윤애)을 만나 공항까지 배웅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고,

'화장'은 죽어가는 아내와 사별하는 과정 속에서 회사 내의 젊고 아름다운 여직원(추은주)의 육체를 떠 올리는 회장품 회사 상무(오상무)의 이야기를,

'항로표지'는 외딴 섬의 등대지기 (김철.40세)와 삶이 교차되는 전직 중소기업 재무관리 상무(송곤수.55세)의 이야기,

'뼈'는 기원리라는 시골에서 발굴 작업을 벌이는 대학 교수(김교수)와 그의 조교(오무수)의 이야기,

'고향의 그림자'는 원양어선에 탄 소년범(조동수)을 잡기 위해 고향의 항구로 내려 가는 형사(수철)의 이야기,

'언니의 폐경'은 대기업 임원의 사모님이었던 중년 여성의 쓸쓸한 이야기,

'머나먼 속세'는 절에서 자랐던 한 복서의 삶과 생생한 권투 시합 장면,

'강산무진'은 간암 판정을 받은 중저가 의류업체 수출부 상무(김창수.57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허무'와 '쓸쓸함'이, 모든 이야기, 모든 주인공들의 삶을 공통적으로 관통하고 있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삶은 지속되고, 밥은 먹어야 하고, 돈을 벌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자연으로써의 죽음은 그대로 맞을 수 밖에 없다. 단순한 낭만으로써의 '삶' 이 아니라, 생활로써의 '삶'은 지속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삶의 이치를 깨달은 중년이기에, 그토록 메마른 삶을 메마른 정서로 그려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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