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 기억과 삶의 불확실성 책의 향기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 8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다산책방

2011년 부커상 수상작인 이 소설의 특징은 잘 읽힌다는 것과, 반전이 있다는 것이다. 청년기 시절을 다룬 1부와, 노년기 시절을 다룬 2부는 별개의 이야기인듯 하지만,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종이책 기준으로 150페이지 정도밖에 되지 않는 짧은 이야기여서 금방 읽히나 싶었는데, 결말을 읽고서는 처음부터 다시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의 말대로 300페이지짜리 소설인 셈이다. 반전의 충격이 커서 책의 여운이 일주일 동안 계속 머리에 남았다.

 

주인공 토니 웹스터의 삶에 핀 에이드리언이 들어온 건 고등학교때의 일이다. 인상깊은 전학생이었던 에이드리언과 토니, 앨릭스와 콜린은 절친한 친구가 된다. 대학에 들어간 토니는 베로니카라는 이름의 여자 친구를 사귀다가 헤어지고, 베로니카는 에이드리언과 연인 사이가 된다. 토니는 그들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편지의 내용은 토니의 기억속에서 왜곡되어 있었다.

 

40여년의 세월이 흐른 뒤 토니는 베로니카의 어머니로부터 유언장과 오백파운드의 유산을 받게 된다. 유언장에는 에어드리언의 일기장을 넘겨 준다는 내용이 있으나, 그 일기장은 베로니카가 가지고 있고, 그녀는 토니에게 일기장을 넘겨 주기를 거부한다. 일기장 안에 에이드리언이 젊은 시절 자살한 이유와 단서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 토니는 일기장을 입수하려고 갖은 애를 쓰지만, 사건의 전개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 간다.

 

소설 곳곳에 마치 퍼즐처럼 결말과 이야기의 주제에 대한 암시가 숨어 있다. 처음 읽을 때는 무심하게 지나쳤던 구절들이, 다시 읽을 때는 마치  사진 설명처럼 이해가 되어서, 작가의 소설 역량에 감탄을 하게 된다.

 

뻔한 개개인의 이야기를 철학과 역사의 의미로 확장해서 생각하게 하는 능력또한 놀랍다. 가령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토니가 했던 "역사는 승자들의 거짓말입니다" 라는 말에 선생님은 "그게 또한 패배자들의 자기 기만이기도 하다는 것 기억하고 있나." 라고 대답한다.

에이드리언의 견해는 조금 다르다.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 입니다."

 

놀랍게도 주인공들이 내 뱉은 말은, 그대로 주인공들의 삶의 궤적으로 투영된다.

주인공 토니는 그저 눈치 없는 남자의 전형이기도 하지만, 누가 그를 욕할 수 있을 것인가? 대부분의 남자들은 토니 같은 삶을 산다. 그래서 1부의 마지막 구절인 다음의 글은 변명이기도 하지만, 어쩔수 없는 삶의 선언이기도 하다.

 

 

[책속에서]

 

o 그 중요한 것들이 무어냐고? 문학이 아우르는 모든 것이다. 사랑, 섹스, 윤리, 우정, 행복, 고통, 배반, 불륜, 선과 악, 영웅과 악당, 죄악과 순수, 야심, 권력, 정의, 혁명, 전쟁,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 사회에 맞서는 개인, 성공과 실패, 살인, 자살, 죽음, 신 같은 것들.

 

o 그러나  시간이란....... 처음에는 멍석을 깔아줬다가 다음 순간 우리의 무릎을 꺾는다. 자신이 성숙했다고 생각했을 때 우리는 그저 무탈했을 뿐이었다. 자신이 책임감 있다고 느꼈을 때 우리는 다만 비겁했을 뿐이었다. 우리가 현실주의라 칭한 것은 결국 삶에 맞서기보다는 회피하는 법에 지나지 않았다.

 

/.


덧글

댓글 입력 영역


통계 위젯 (화이트)

36
39
315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