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 ![]()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열린책들 |
영화로도 만들어져 작가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 준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에 이은 두번째 작품이다. 이 소설도 대단히 흡입력있고, 경쾌하게 읽힌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가난한 여자 아이 놈베코가 원자폭탄 하나를 손에 넣고, 비핵 국가인 스웨덴까지 흘러 들어가 스웨덴의 국왕과 수상,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을 만나기까지의 기상천외한 소동을 그리고 있다.
소설이라는 허구성을 사실로 믿게 만드는 것이 곧 소설가의 능력이라면, 요나스 요나손은 역사적 사실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우연의 요소를 유머스러하게 연결시키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 이 허구의 이야기가 진짜인양 믿게 되고, 주인공 놈베코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어 그녀의 행복과 해피엔딩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정신없이 마지막 페이지를 향해 책 장을 넘기게 된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와 어떠한 경우라도 상황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능동성이 필요하다. 그녀가 작은 세계에 만족하고 현실에 안주해 버렸다면 그녀는 평생 남아프리카공화국 소웨토 게토 지역의 공동변소의 분뇨 수거인으로 남았을 것이고, 540쪽에 이르는 재기발랄한 이 이야기도 없었을 것이다.
핵개발, 스웨덴의 군주제 등이 이야깃속의 논란의 소잿거리가 될 만하지만, 작가가 워낙 애매하게 모든게 좋으면 다 좋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놔서 아쉬움이 있지만, 뭐 괜찮다. 삶이라는게 뚜렷한 경계들로 이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니까.
( 어쩌면 작가는 이런 서술 방식 덕택에 실제 스웨덴 국왕의 만찬에 초대되었을지도 모른다.)
<책속에서>
<책속에서>
o 통계학적으로 말하자면, 1960년대 소웨토에서 태어난 까막눈이 여자가 자라나서, 어느 날 감자 트럭에서 스웨덴 국왕과 수상을 만나게 될 확률은 45,766,212,810분의 1이다. 이는 위에서 말한 까막눈이 여자의 계산에 의한 것이다.
o 어쨌든 그 결과가 <변화>인 것은 확실해 보였다. <변화>, 그것은 <음식>과 함께 그녀가 알게 된 가장 멋진 단어였다.
어느날 그녀는 동료들 앞에서 이 <변화>는 그들 모두의 삶에도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소장이 정치 얘기를 한다고 투덜거렸다. 온종일 똥을 나르는 것도 지겨워 죽겠는데, 이제는 똥 같은 소리를 듣고 있어야 한단 말이야?
0 만일 신이 존재한다면, 분명 뛰어난 유머 감각의 소유자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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