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오베라는 남자 - 이웃집에 살면 좋을것 같은 까칠남 이야기 책의 향기



오베라는 남자 - 10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다산책방



 우리나라에서는 소설은 이미 '죽었다'고 선언해도 할말이 없을 정도지만 - 최근에 불거진 '신경숙'이라는 작가의 문화 권력의 행태를 보라 - 이런 책은 '소설'이라는 장르 자체가 죽었거나, 문학이 죽은 것이 아니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최근에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들이 공교롭게도 모두 스웨덴 작가의 작품이다.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과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는 정말 정신 없이 읽었는데, 프레드릭 배크만이라는 작가의 이 소설도 단숨에 읽어 내려갈만큼 가독성이 뛰어 나다.

이 작가는 스웨덴의 유명한 블로거이자 칼럼니스트라고 한다. 마치 블로그에 쓰여진 글처럼 책의 내용은 39개의 단위로 나뉘어져 있고, 과감한 생략과 함축, 유머가 감각적이고 현대적이다.

책의 내용은 단촐하다. 책의 표지에 나와 있는 그림처럼 - 딱 그림만큼의 - 까칠하고 고집스런 오베라는 이름의 남자는 사랑하던 아내의 죽음 이후 삶을 살아갈 이유가 별로 없다. 그래서 여러가지 방법으로 하늘에 있는 아내 곁으로 갈 방법을 강구하지만, 이웃집에 새로 이사 온 파르베네 부부가 삶에 끼어들고, 까칠하고 깐깐한 그의 성격대로 일을 처리하다 보니, 죽을 시간 조차 없게 삶이 이런저런 소동으로 가득차게 된다.

마음을 닫고 고집스레 살아가던 노인은, 어느새 마음이 열리고, 이웃과 더불어 - 겉으로 보기에는 여전이 까칠하지만 - 함께 사는 삶을 살게 된다.

북유럽의 삶의 정서가 이런 캐릭터와 이런 이야기를 가능하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경쟁과 이기심이 가득한 사회에서는 더불어 사는 삶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원리와 원칙이라는 게 있고, 그것을 고집스레 지켜나가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삶, 그러면서도 타인의 고통에 둔감하지 않고 기꺼이 나서는 모습은 고령화 사회에 점점 다가가고 있는 우리들이 배워야 할 모습이 아닐까 싶다.

킬킬거리면서 초반을 읽다가 마지막 장을 넘길때 쯤이면 가슴이 뭉클해져서 눈물이 한 방울 똑 떨어진다. 오랜만에 가슴이 따뜻해 지는 이야기를 읽었다.

<책 속에서>

o 아버지가 죽은 건 오베가 막 열여섯 살이 되었을 때였다. 철로에서 객차가 돌진했다. 오베에게는 사브 한 대, 마을에서 몇 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무너질 듯한 집, 상처 난 손목시계 말고는 딱히 남은 게 없었다. 그는 그날 자기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결코 설명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행복하게 사는 걸 멈췄다. 그는 그 후 오랫동안 행복하지 않았다.

o "할 말 있나?"
"남자는 행동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남자인 겁니다. 말이 아니라요." 오베가 말했다.
이사가 놀라서 그를 보았다. 이 소년이 2년 전 이 철도 회사에서 일하기 시작한 이후로 사람들에게 한 말 중 가장 긴 문장이었다. 솔직히 말해 오베도 이 말이 어디서 나왔는지 몰랐다. 그저 그렇게 말해야 한다고 느꼈을 뿐이었다.

o "사람들은 모두 품위 있는 삶을 원해요. 품위란 다른 사람들과는 구별되는 무언가를 뜻하는 거고요." 소냐는 그렇게 말했다. 오베와 루네 같은 남자들에게 품위란, 다 큰 사람은 스스로 자기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뜻했다. 따라서 품위라는 건 어른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게 되는 권리라고 할 수 있었다. 스스로를 통제한다는 자부심, 올바르게 산다는 자부심, 어떤 길을 택하고 버려야 하는지 아는 것, 나사를 어떻게 돌리고 돌리지 말아야 하는지를 안다는 자부심. 오베와 루네 같은 남자들은 인간이 말로 떠드는 게 아니라 행동하는 존재였던 세대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o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집에 들어가는 것과 같아요." 소냐는 그렇게 말하곤 했다. "처음에는 새 물건들 전부와 사랑에 빠져요. 매일 아침마다 이 모든 게 자기 거라는 사실에 경탄하지요. 마치 누가 갑자기 문을 열고 뛰어 들어와서 끔찍한 실수가 벌어졌다고, 사실 당신은 이런 훌륭한 곳에 살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말할까봐 두려워하는 것처럼. 그러다 세월이 지나면서 벽은 빛바래고 나무는 여기저기 쪼개져요. 그러면 집이 완벽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불완전해서 사랑하기 시작해요. 온갖 구석진 곳과 갈라진 틈에 통달하게 되는 거죠. 바깥이 추울때 열쇠가 자물쇠에 꽉 끼어버리는 상황을 피하는 법을 알아요. 발을 디딜 때 어느 바닥 널이 살짝 휘는지 알고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옷장문을 여는 법도 정확히 알죠. 집을 자기 집처럼 만드는 건 이런 작은 비밀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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