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바다의 뚜껑 - 요시모토 바나나 책의 향기



바다의 뚜껑
요시모토 바나나 저/김난주

 표지 그림과 책 자체가 아주 예쁘다.

이제는 퇴락해져가는 해변가 마을에서 '마리'는 빙수 가게를 열게 된다. 거창하거나 대단한 규모가 아니라 메뉴는 '사탕수수 빙수,'감귤 빙수','패션푸르트 빙수.''단팥 빙수' 4가지 뿐인 초촐한 규모의 가게다. 그러던 중 엄마 친구의 딸인 '하지메'가 마리네 집에 요양차 오게 된다. 하지메는 최근에 같이 살던 할머니를 여의고, 할머니의 재산을 욕심내는 탐욕스런 친척들에 치여서 심신이 지친 상태이다. 마을을 산책하고, 수영을 하고, 빙수 가게 일을 같이 하면서 마리와 하지메는 서로를 잘 이해하게 되고 서로 위로 받게 된다. 하지메는 바닷가에서 주운 조개껍질로 인형 만드는 일을 시작하게 되고, 그렇게 여름이 가고 삶의 따스했던 순간이 지나간다.

마치 슬로푸드 같은 느낌의 책이다. 별다른 줄거리 요소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읽으면서 힐링이 되는 듯,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 한없이 '요시모토 바나나' 스럽다고나 할까?

이런 친구, 이런 일상, 삶의 평화로움, 번잡하지 않게 지나가는 삶 속에서의 자기의 '일', 언제가 되든 꼭 이렇게 살아가고 싶다.

< 책 속에서>

o 여름의 마지막 해수욕 누가 제일 늦게 바다에서 나왔나 / 그 사람이 바다의 뚜껑 닫지 않고 돌아가 / 그때부터 바다의 뚜껑 열린 채 그대로 있네 / 벚꽃, 달리아, 맨드라미 / 해바라기, 데이지, 개양귀비 / 꽃들은 왜 또 피고 지는가 / 그대 없는 이 세상에

o 그렇게 매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신기하고도 엄청난 일이다. 서로가 살아 있다는 것. 약속도 하지 않았는데 같은 장소에 있다는 것. 누가 정해준 것도 아닌데.

 사실은 많은 것들이 그렇게 확실하지는 않다고 의식하고 살면 너무 괴로우니까 생각지 않고도 살 수 있도록, 하느님이 우리 몸을 멍하게 지내는 세월에 버틸 수 있게 만든 것일까.

 이 세상에 있는 자비와 무자비의 균형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으리만큼 거대하다. 그저 그 안에서 허우적거리고 깜짝 놀라면서 때로 받아들이는 정도밖에 할 수 없을만큼 거대한 것 같다.

o 청소라는 건, 그 사람이 그 공간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에 청결히 하는 거구나, 하고 절실하게 생각했다. 하는 시늉만 하면 금방 알 수 있다. 나무든 사람이든 동물이든 공간이든 사물이든, 소중히 여겨지는 것들은 금방 알 수 있다.

o 그렇게 멋진 걸 남기지 못하고 있는데, 뭐가 계속 되겠어. 뭘 믿고 매일을 지내면 될지. 멋진 것들이 어차피 하나도 남지 않는다면.

o 해결이란 정말 재미있다. '이제 틀렸네.' 싶을 쯤에는 반드시 찾아온다. '반드시 어떻게든 될 거야.' 하는 생각으로 머리를 짜내다 보면 전혀 다른 곳에서 불쑥, 아주 어이없이 찾아오는 것인 듯하다.

o 나는 믿고 있었다. 그 일처럼 의식이나 의도 같은 것이 파도처럼 인생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o 나는 돈이 많으면 불안해지는데, 돈이 없다고 불안해지는 인생은 상상이 안 돼. 그래도 역시 돈은 좋아. 뭔가를 자유롭게 얻기 위해 필요한 멋진 것이라고 생각해.

o 가족이 있고, 할 일도 많고, 이 세상에 자기 혼자 절박하게 서 있는 게 아니라면, 다들 돈이 그렇게 많이는 필요하지 않을거야. 인생에 부족한 게 있거나 애정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돈이 크게 부각되는 거 아닐까.

o 늘 손해만 보기는 해도, 소심하고, 싸우지 않고, 집착도 없고, 그리고 한 없이 행복을 추구하는 타입이야. 나와 우리 엄마는 그런 아빠에게 휘둘려서 화가 나는 일도 있지만, 그래도 미워할 수 없고 결국은 이해하게 돼. 그런 사람이 드라마에만 있는 게 아니라 현실에도 존재한다니까.

o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솔숲에 빙수 가게는 없었어. 그리고 이 인형도, 얼마 전까지는 이 세상이 없었지. 내 머릿속에서만 살아 있는 생물이었는데.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존재하고 있잖아...... 이거, 어쩌면 대단한 일인지도 몰라.

나는 생각했다.

의도하고, 자긍심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고, 머리를 써서 여러 가지로 고민하면 정말로 이루어진다. 이 세상에, 지금까지 형태도 흔적도 없었던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그걸 유지할 수 있다.

인간은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 누가 없애 버리려 하거나, 일부러 획일화하려 해도, 아무리 억압해도 절대 없어지지 않는, 그런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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