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 볼딕체의 철학과 명조체의 일상 책의 향기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저/김한영

 원제는 'The Course of Love' 이다. 1993년 작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의 원제가 'Essays in Love' 임을 생각하면 연속성 있는 제목이라고 할 수 있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서 클로이와 사랑에 빠진 주인공은, 젊은 시절 대부분의 사랑이 그렇듯이 이별로 끝을 맺는다.

이 책의 주인공 '라비'와 '커스틴'은 20년 전의 그 소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후의 일상' 이라고 불리우는 결혼 이후의 일상과 사랑, 육아, 갈등, 화해를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삶이 낭만적이지만은 않음을 절묘하게 묘사하고 있다.

『 그러나 당연히, 그는 아직 첫걸음도 떼지 못했다. 그와 커스틴은 결혼을 하고, 난관을 겪교, 돈 때문에 자주 걱정하고, 딸과 아들을 차례대로 낳고, 한 사람이 바람을 피우고, 권태로운 시간을 보내고, 가끔은 서로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바로 이것이 진짜 러브 스토리다. 』

작가의 예민한 관찰력과 뛰어난 유머 감각이 돋보인다. 평범한 일상의 일들도 대단히 철학적인 의미로 보편성을 띄면서 다가온다.

『 "자긴 또 특유의 '화나고 치욕스러운데 이상하게 조용한 상태'야."
  .... 그녀는 그가 화를 제대로 표출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난국에 처했을 때 그걸 무감각과 자기 혐오로 전환시키는 그의 심리 과정을 알아 본다. 그녀는 이렇듯 그에게 창피를 주지 않으면서도 그의 분노가 취하는 형태를 알아보고 이름을 붙인다. 그녀는 이 같은 정확한 감각으로 라비가 아버지의 눈에,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다른 권위적인 남성들의 눈에 무가치해 보이는 걸 두려워 한다는 점을 간파한다. 』

『 라비는 내적 혼란을 느낄 때 강박적으로 정리 정돈을 하는 경향이 있고, 일로 불안을 물리치려고 하며, 걱정스러운 일이 있을 때 자신의 생각을 딱 부러지게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즐겨 입는 티셔츠를 찾지 못하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고, 1부는 결혼하기 전까지의 일상을, 2부 부터는 결혼한 이후의 남녀의 일상을 그린다. 책의 전체 구성이 '볼딕체의 철학과 명조체의 일상'으로 되어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1부 마지막의 볼딕체는 의미 심장하다.

『 결혼: 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아직 모르는 두 사람이 상상할 수 없고 조사하기를 애써 생략해버린 미래에 자신을 결박하고서 기대에 부풀어 벌이는 관대하고 무한히 친절한 도박.』

2부의 첫 장에 나오는, 신혼집을 구하는 두 주인공에게 전하는 집주인 할머니의 말은 무척 유용하다. 세월의 힘이 가져다 준 지혜의 처방이라고나 할까?

『 노부인이 매우 강하지만 앙상한 손으로 잠시 라비를 잡아 세우고는 이렇게 말한다. "아내에게 잘해줘요, 알았죠? 가끔 아내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어도." 』

『 낭만적 모험은 이제 지나갔다. 지금부터의 삶은 안정적이고 반복되는 리듬을 탈 테고, 한 해 한 해가 외형상 너무 비슷하여 그들은 종종 구체적인 사건이 일어난 시기를 기억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리고 부부는 매일 크고 작은 갈등을 겪고 싸운다. 싸우고 화해하고가 매일매일의 일상이 된다.

『 우리는 정말로 책임이 있는 권력자들에게 소리를 내지를 수가 없기에 우리가 비난을 해도 가장 너그럽게 보아주리라 확신하는 사람에게 화를 낸다. 주변에 있는 가장 다정하고, 가장 동정 어리고, 가장 충성스러운 사람, 즉 우리를 해칠 가능성이 가장 적으면서도 우리가 마구 소리를 치는 동안에도 우리 곁에 머물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에게 불만을 쏟아 놓는 것이다. 』

일상적인 부부간의 생활 그 다음은, 아이들의 탄생과 육아의 과정이다. 육아는 최소한 결혼 생활의 3분의 1 이상이다.

『 그렇게 해서 세상은 에스터의 유년기 동안 일종의 안정성을 획득한다. 나중에 그녀는 그 안정성을 잃어버린 게 분명하다고 느낄테지만, 사실 부모의 확고하고 현명한 편집 덕분이었을 뿐이다.』

『 세상의 견고함과 지속성이란 것은 인생이 얼마나 제멋대로이고 변화와 파괴가 얼마나 상시적인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만이 믿을 수 있는 환상이다. 』

굳건할 것만 같았던 라비와 커스틴의 결혼 생활에도 위기가 닥쳐온다. 라비의 외도는 둘 사이에 심각한 균열을 야기한다. 하지만 현명한 - 혹은 소심한 - 라비는 그 비밀을 지키고, 표현하지 않음으로 신성했던 결혼 서약을 유지한다.

『 우리는 정직성에 너무 감명하는 탓에 정중함의 미덕들을 망각한다. 아끼는 사람이 우리의 본성에서 상처를 줄 수 있는 면과 항상 전면적으로 마주치지는 않게 하려는 욕구 말이다. 어느 정도 자제하고 자기 편집에 조금 열성을 보이는 것으로서의 억제는 솔직한 고백 능력 못징낳게 당연히 사랑에 포함된다. 스스로 비밀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 '정직함'을 내세워 상대방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상처가 되는 정보까지 털어놓는 사람은 절대 사랑의 편이 아니다. 』

그리고 둘의 관계가 최고조로 심각해졌을 때 둘은 부부 심리 치료 상담사를 찾게 되고, 제3자를 통한 간접 대화를 통해 안정을 찾게 된다.

『 부부 상담을 구하는 환자의 70퍼센트가 불안정하거나 회피하는 행동을 보인다. 대개 회피적인 파트너와 불안정한 파트너가 부부를 이루고 있어, 상대방을 괴롭히는 행동을 주고 받으며 신뢰를 하락시키는 악순환을 만든다. 』

삶의 편지풍파 끝에 주인공 라비는 주요한 깨달음을 얻는다. 이 깨달음은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이 얻어가야 할 교훈일지도 모르겠다.

『 그는 이제 거의 어떤 것도 완벽해질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처럼 완전히 평범한 인생을 사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모든 것을 유지하고, 거의 정상인이라는 지위를 계속 확보하고, 가족을 경제적으로 부양하고, 결혼 생활을 지속하면서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 이 계획들이 어느 영웅담 못지 않게 영웅적인 면모를 보일 기회를 제공한다. 』

만약 내가 나이가 들어 누군가에게 주례사를 해 줄 일이 생긴다면, 책에 나오는 다음의 구절을 들려 주고 싶다.

『 불안에 굴복하지 않을 용기, 좌절하여 남들을 다치게 하지 않을 용기, 세상이 부주의하게 입힌 상처를 감지하더라도 너무 분노하지 않을 용기, 미치지 않고 어떻게든 적당히 인내하며 결혼 생활의 어려움들을 극복할 용기, 이것은 진정한 용기이고, 그 무엇보다 더욱 영웅적인 행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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