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e] 문구의 모험 - 그 장대한 문구의 역사 책의 향기



문구의 모험
제임스 워드 저/김병화



 이 책은 E-book으로 읽기는 했는데, 읽다 보니 종이책을 사서 읽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문구라는 것이 손이 맞닿는 물리적인 개념이니 말이다. 읽다 보니 예전에 사 두었던 만년필을 다시 사용하고 싶어져서 봉인되어 있던 라미, 워터맨, 몽블랑 만년필을 다시 꺼냈고, 잉크통도 찾아서 만년필에 잉크를 채워 넣었다. 이 글의 초벌구이는 컴퓨터로 옮기기 전에 '몰스킨' 노트에 '라미' 만년필로, '워터맨 잉크'를 채워서 쓰고 있다. 그 전에는 펜텔의 'Vicuna' 볼펜을 썼었다.

컴퓨터 자판으로 치면 펜으로 쓰는 것보다 최소한 2배의 생산성을 낼텐데 이게 웬 청승이냐고 비웃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런 생각을 해 볼 수도 있다. '지금 쓰고 있는 컴퓨터가 10년 뒤에도 내 곁에 있을 수 있을까? 내가 사용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가 20년 뒤에도 남아 있을까 하는 생각들 말이다. 그에 비하면 이 몰스킨 노트는 누가 버리거나 물에 젖지 않는 이상은 100년도 더 넘게 남아 있을 수 있다.

클립에서부터 압정, 만년필, 볼펜, 종이, 연필, 지우개, 그림 엽서, 색연필, 형광펜, 풀, 스카치 테이프, 포스트 잇, 스테이플러, 서류함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문구의 역사를 위트있게 서술해 놓았다. 우주에서 왜 연필을 사용하면 안 되는지, 몰스킨 노트의 생산지 변경에 의한 품질 저하 논쟁은 거짓이라는 사실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디지털 기기에 대한 싫증과 아날로그적인 향수와 친숙함을 더 깊게 느끼게 되었다.

'문구는 영원하다'는 저자의 외침은 아날로그로 대변되는 문구 도구들과 더불어 몸을 가지고 있는 실체로서의 '나'를 인정하는 의미라는 점에서 마음에 와 닿았다.

<책 속에서>

o 문구의 역사는 곧 인간 문명의 역사라고 말해도 그리 심한 과장이 아니다. 부싯돌 조각을 나무 자루에 꽂아 원시적인 창을 만들 때 썼던 억청부터 프리트 스틱의 풀 사이에는 (인더스 계속에서  출토된 자를 써서) 일직선이 그어질 수 있다. 최초의 동굴 벽화에 쓰인 염료와 볼펜에 쓰이는 잉크 사이에도 직선이 그어진다. 이집트 파피루스에서 A4 용지 사이에도, 갈대 펜과 연필 사이에도, 생각하기 위해 창조하기 위해 우리는 뭔가를 적어두어야 하고 생각을 체계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구가 필요하다.

o 물리적인 것은 뭔가를 의미한다. 사람들은 그것을 좋아한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o 이 책은 그런 추억의 환기만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문구류에 대해 이야기한다. 문구류가 발전해온 과정을 추적하면서 그 설명 위에 그것을 쓰는 사람들의 모습을 싣는 것이다. 그것은 곧 발명품과 사용자가 이루는 하나의 거대한 문화다. 의상이나 음식도 그러하겠지만, 문구류도 그냥 하나의 물건에 그치지 않고 삶의 방식을 규정해주며 문화를 파악하고 평가하게 해 주는 지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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