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동안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계를 꾸린 저자가 처음 펴낸 소설이다. 자전적이다라고 밖에 할 수 없다. 한편으로 편의점 예찬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보통’과 ‘어울림’, ’관습’을 강요하는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으로도 읽힌다.
주인공 후루쿠라 게이코는 사고 방식이 좀 독특해서, 어릴 때부터 부모와 학교로부터 우려섞인 시선을 받는다. 거듭되는 사고 뒤로, 말을거의 하지 않고 자신을 숨기면서 살아간다.
O “무슨 일이니 게이코? 어머나, 작은 새가……! 어디서 왔을까…….불쌍해라. 무덤을 만들어줄까?”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상냥하게 말하는 어머니에게 나는 “이거 먹자” 하고 말했다.
“뭐라고?”
“아빠가 꼬치구이를 좋아하니까 오늘 이거 구워 먹자.”
잘 들리지 않았나 하고 확실한 발음으로 되풀이하자 어머니는 흠칫 놀랐고, 옆에 있던 다른 아이의 어머니도 놀랐는지, 눈과 콧구멍과 입이 일제히 딱 벌어졌다. 이상한 표정을 짓는 바람에 웃는 것처럼 되었지만, 그 아줌마가 내손을 응시하고 있는 것을 보고 한 마디로는 부족한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좀 더 잡아올까?”
O 이런 일이 몇 번이나 있었다. 초등학교에 갓 들어갔을 때, 체육 시간에 남자아이들이 맞붙어 시끄러워진 적이 있었다.
“누가 선생님 좀 불러와!”
“누가 좀 말려줘!”
비명 소리가 터져 나오고, 말려야 하나 보다고 생각한 나는 옆에 있는 도구함을 열어 안에 있던 삽을 꺼내 들고 난폭하게 날뛰는 아이한테 달려가 그 애 머리를 삽으로 후려쳤다.
주위는 절규에 휩싸이고, 아이는 손바닥으로 머리를 감싸며 그 자리에픽 쓰러졌다. 머리를 감싼 채 움직임을 멈춘 것을 보고, 다른 한 아이도 움직이지 못하게 하려고 그 애를 향해 삽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여자아이들이 울면서 외쳤다.
“게이코, 안돼! 그만해!”
달려와서 참상을 목격한 선생님들은 깜작 놀라 나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말리라고 해서 가장 빠를 것 같은 방법으로 말렸어요.”
O 교실에서 여선생님이 히스테리를 일으켜 출석부로 교탁을 내리치면서 마구 소리를 지르고, 아이들이 모두 울기 시작했을 때도 그랬다.
“선생님, 용서해주세요.”
“그만하세요, 선생님!”
모두 비장한 태도로 그만하라고 해도 진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소리를 지르지 못하게 하려고 선생님한테 달려가 스커트와 팬티를 세차게 확 끌어내렸다. 그러자 젊은 여선생님은 깜짝 놀라 울음을 터뜨리며 조용해졌다.
옆 반 선생님이 달려와서 나한테 사정을 물었다. 그래서 어른 여자가 옷이 벗겨지자 조용해지는 것을 텔레비전에서 본 적이 있다고 설명하자, 역시 교직원 회의가 열렸다.
“왜 우리 게이코는 모를까……”
학교에 불려 나온 어머니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불안한 듯 중얼거리며 나를 끌어 안았다. 또 뭔가 나쁜 짓을 저질러버린 모양이지만, 나는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O 아버지와 어머니도 곤혹스러워하긴 했지만 나를 귀여워해주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슬퍼하거나 여러 사람에게 사과해야 하는 상황은 나의 본심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집 밖에서는 가능한 한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다른 사람 흉내를 내거나 누군가의 지시에 따르기만 하고, 스스로 움직이는 것은 일절 그만 두었다.
소설의 첫 도입부인데, 이 부분을 읽고서 책을 더 읽어 내려가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강한 흡입력이 있는 소설이다.
소설 속 그녀가 사회와 타협한 순간은 대학교 1학년때 편의점에 직원으로 취직하고서 부터다. 편의점 속에서 다른 점원들의 흉내를 내면서, 매뉴얼을 따르면서 그럭저럭 생계를 꾸려 나간다. 그런 편의점에서의 적응도 18년동안이나 하다 보니, 사람들이 가끔 이상하다는 식으로 그녀를 바라보지만, 그녀는 그때마다 적당한 핑계로 빠져 나간다. 그런 그녀가 일하는 편의점에 ‘시라하라’라고 하는 또 다른 사회 부적응자 남자가 점원으로 취직한다. 불성실한 그는 사사건건 불평을 늘어놓고 남을 비하하고, 결국엔 편의점에서 잘린다. 길거리에서 ‘시라하라’를 만난 후루쿠라는 그와 이야기를 하다가 돌연 ‘동거’를 제안한다. 비정상적인 여자와 비정상적인 남자의 만남은 과연 어떤 식으로 결론을 맺을까?
시라하라는 사회성이라는 개념을 알고는 있지만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부류이고, 후루쿠라는애초부터 사회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여자이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사회의 모습은 비슷하다. 개인의 개성을 인정하지않고, 보편적인 삶의 모습 (학교에 적응하고, 어른에 순응하고, 때가 되면 취직하고, 결혼하고, 애를 낳고… 하는)을 따르지 않는 사람을 사회 부적응자로 여기고 소외 시킨다. 이 소설은 과연 그런 사회의 모습이 올바른 것인가, 건강한 모습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고 있다.
(최근에 읽은 ‘하마터면열심히 살뻔 했다’ 와도 비슷한 문제 의식이다. ‘하마터면…’이 그런 문제 의식을 그림을 그린 에세이로 가볍게 표현했다면, 이 소설은 좀 더 흥미롭게, ‘편의점’ 이라는 공간을 빌어서 표현한다.)
(소설속 ‘후루쿠라’의 모습은 어쩌면 ‘소시오 패스’의 한 전형일수도 있다. 그녀가 여자가 아니고 남자였다면 ‘살인자의 기억법’ 의 주인공 같은 모습일수도 있다.)
다양한 삶의 모습과 다양한 형태의 인간이 존재하는 법이다. 사회에 해악을 끼치지 않는 한, 어떻게 살아간들 각각의 모습을 존중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라고 말하지만, 우리 아이가 저런 식이라면 부모로써 걱정은 할 것 같다.)
<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출판사 / 2016년 초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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