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The Book] 끄적끄적




 1919년에 출간된 '데미안'은 올 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100년이 지나도록 잊혀지지 않는 작품이란 '고전(클래식)'의 반열에 오를만한다. 데미안을 개인적으로 접한 것이 중학교 2학년때였다. 한참 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방황하던 시기에 데미안이 던져 주는 메세지는 나름 길잡이가 되었다. 아마 그 당시에는 '카인의 표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브락사스'가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을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정확하고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알을 깨는 고통' 없이는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 없다는 메세지는, 차칫 현재의 고통을 개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치환될 수도 있기에 조심스럽게 해석해야 한다.

1차 세계 대전중이던 1916년부터 집필을 시작하여 1919년에 소설이 출간되었다. 1919년이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일본 제국주의에 맞선 3.1운동이 일어났던 해이다. 민족과 국가라는 거대 담론에 휩싸여 '개인'이라는 의미가 잘 다가오지 않았던 시절이었을 것이다. 그러한 시대에 독일인이었던 헤르만 헤세는 다른 무엇보다 개인의 가치를, 실존의 가치를 소설로 펴냈다. 그의 작품들이 2차 세계 대전 시기 (1939년~1945년) 독일에서는 금서로 지정되었다는 사실은 의미 심장하다.

종교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불교예 심취했던 저자가 써 내려간 반 기독교적인 작품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을 뒤바꿀 힘은 나 자신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다는 주제 의식에 위로를 받는다.

우리 모두는 방황하는 '싱클레어' 이면서, 구원자로서의 '데미안'이며, 열정과 동경의 대상인 '에바 부인'이지 않을까, 한 인간의 내면엔 이 모든 것이 같이 공존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책 속에서>

o 하지만 그 소원이 정말 내 자신 안에 충만하게 스며들어 있고, 나의 모든 존재가 그것 하나로 가득 차 있을 때에만 상상하던 것을 실행할 수 있고 원하는 만큼 강하게 바랄 수도 있는 거야.

o 말뿐인 이야기는 아무런 가치가 없어. 조금도 가치가 없단 말이야. 자기 자신에게서 멀어질 뿐이야. 자기 자신한테 멀어진다는 건 죄악이야. 사람은 거북이처럼 자기 자신의 안으로 완전히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o 우리들 마음속에는 모든 것을 원하고 우리들 자신보다 모든 것을 더 잘 해내는 누군가가 들어 있어. 그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너에게 도움이 될 거야.

o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o 하지만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무언인가를 간절히 필요로 했던 사람이 그것을 발견한다면 그것은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혹은 자기 자신의 소원과 필연이 그곳으로 자신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o 당신이 죽이고 싶은 어떤 사람은 실재하는 사람이 아니라 단지 하나의 껍데기에 불과한 것이고,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그의 형상 속에서 우리들 자신의 내부에 숨어 있는 그 무엇인가를 미워하는 것이오. 우리들 자신의 내부에 존재하지 않는 것은 진정으로 우리를 흥분시키지는 못하는 법이니까 말이오!

o 한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 몇 그램의 화약이 필요한지는 정확히 알고 있지만 신에 기도를 드릴 줄도, 한 시간만이라도 만족할 줄도 전혀 모르는 거야.

o 우리들에게서 남겨진 것이나 우리들 가운데서 살아남은 자들 주위로 미래 의지가 결집되겠지. 유럽이 얼마 동안 기술과 과학이라는 시장으로 떠들썩하게 눌러 덮었던 인간성의 의지가 결국엔 나타나게 되겠지. 그렇게 되면 인간성의 의지란 결코 국가나 민족, 단체나 교회 같은 오늘날의 공동체와 같지 않다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날 거야. 자연이 인간에 원하는 바는 오히려 각 개인의 마음속에, 자네나 나의 마음속에 새겨져 있어. 그것은 그리스도의 마음속에도 적혀 있었고, 니체의 마음속에도 적혀 있었지. 이 중요한 흐름은 날마다 모습이 다를 수 있어. 하지만 오늘날의 공동체들이 붕괴되고 나면 공간이 생기게 될 거야.

o 태어나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지요. 새도 알을 깨고 나오려면 온힘을 다해야 한다는 걸 당신도 잘 알잖아요. 돌이켜 자신에게 한번 물어보세요. 대체 그 길은 그렇게도 어려웠던가? 그저 어렵기만 했던가? 그러나 역시 아름답지는 않았는가? 하고 말이에요. 당신은 보다 더 아름답고도 쉬운 길을 알고 있나요?

o 당신의 운명은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당신이 변함없이 충실하다면 당신이 바라는 것처럼 언젠가는 완전히 당신의 것이 된답니다.

o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인간이 소유했던 이상이란 결국 모두가 무의식적인 영혼의 꿈을 더듬어 가면서 그 속에서 자기의 미래 가능성의 예감을 추구하고자 한 꿈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가르쳐 주었다.


<헤르만 헤세 지음, 이순학 옮김 / 더스토리 / 1919년 오리지널 초판본, 2017년 10월 초판 1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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