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시트 [The Movie] 영화 읽기



 마블 영화 중 '스파이더 맨'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는, 도시의 고층 건물 사이를 활강하는, '보는 재미'가 있어서다. 이 영화는 다른 의미로 (저예산의, 한국식 액션) 건물과 건물 사이를 질주하는 '청량감'이 있다. (특히 영화 종반부의 장면에서).

주인공 용남은 대학 때 취업에 도움이 안 되는 산악회 동아리 활동을 했고, 졸업하고 나서는 몇년 째 취준생 신세이다. 온 가족에게 눈칫밥 보이는데다, 동네에 같이 사는 조카에게도 무시당하면서 살고 있다. 어머니의 칠순 잔치를 맞아 서울에서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외곽 신도시의 한 연회장에서 행사를 치른다. 그 연회장에는 우연히도 대학시절 짝사랑 했던 동아리 후배 의주가 일하고 있고, 둘은 어색한 만남을 가진다.

회사의 처우에 불만을 가진 한 화학 기술자의 유독 가스 테러 공격으로 도심 전체에 가스가 퍼지기 시작하고, 가스에 노출된 사람들은 쓰러져서 죽기 시작한다. 연회장에도 점점 더 가스가 올라오는 상황에서 용남과 의주는 온 가족과 함께 무사히 재난 지역에서 탈출 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영화가 신선한 점은 극한의 재난 상황에서도 주인공들이 적극적이고 유머있게 대처한다는 점이다. 비장미나 신파 없이도 영화가 의미 있고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새로운 영화 시대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흐름은 올 초의 영화 '극한 직업'에서도 읽힌 바 있다.)

인간에게 있어서 최고의 가치는 위기 상황에서 발휘하는 '자기 희생'이다. 결정적인 순간에서 용남과 의주가 발휘한 희생 정신은 선한 캐릭터의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그런 그 둘을 지나치기 영웅적으로 그리지 않고, 그런 선한 행동 뒤에 눈물 콧물 쏟으며 후회하는 장면은 너무나 인간적이어서 영화와 캐릭터에 현실감을 부여 한다.

아마 실제 재난이 발생 했을 때 옥상 비상구로 통하는 비상문이 열리지 않는 케이스는 현실속에서도 비일비재할 것이다. 영화는 재난 대비 영화로도 볼 수 있을 만큼 실 생활에서 유용한 정보들도 꽤 있었던 것 같다.

박인환, 고두심, 김지영의 조연들의 연기도 너무 훌륭해서, 실제 가족인 듯, 실제 칠순 잔치를 보는 듯, 사실감이 있었다. 주연 배우 조정석의 연기야 예전부터 알아 주었던 바이고, 이쁜 척만 하는 줄 알았던 윤아의 연기도 괜찮았다.

영화 '봉오동 전투'에 꿀리지 않을 만큼의 여름 영화판에서 이 영화의 성공은 다 이유가 있다. 그 만큼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 이상근 감독 / 2019년 개봉 / 조정석, 윤아 주연 >



덧글

댓글 입력 영역


통계 위젯 (화이트)

36
39
315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