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준비해 온 대답 [The Book] 책의 향기




 작년 이맘때쯤 '여행의 이유'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김영하라는 작가의 이름에 이끌려 같은 제목의 표지만 다른 책을 다시 사기도 했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는 여름이면 여행에 관련된 책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다. 게다가 올해는 코로나19로 모든 이동이 제한되어 있는 상태라 여행에 관련된 에세이가 더 끌리는 것 같다.

10년 전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이전 시대에, 이탈리아의 섬 '시칠리아'를 여행한 작가의 기록이다. 소설가의 여행기는 삶의 통찰력이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다. 기본적으로 소설이라는 장르가 삶의 이면을 통찰하기에, 비록 에세이라고 해도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여행지에서 느끼는 감정들에 깊은 성찰이 느껴진다.

여행 에세이만 보자면, 일본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에 비견할 만한 우리나라의 작가가 김영하가 아닌가 싶다.

이탈리아 남부의 큰 섬 시칠리아는 이탈리아 본토 감성과는 다른 독특한 감성이 있고, 신화의 이미지도 남아 있다. 책의 뒷 표지에 있는 글들이 이 책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것 같다.

o 깊은 협곡을 피해 발달한 자고 아름다운 마을들과 포도밭, 레몬나무, 드문드문 서 있는 올리브 나무와 사이프러스, 스쿠터를 타고 풍경 속으로 들어가는 여행자는 안과 밖이 통합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풍경은 폐부로 바로 밀고 들어온다. 그 순간의 풍경은 오직 나만의 것이다. 저 아래 까마득한 해안가 ATM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신중한 관광객들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숙이고 절벽을 향해 달려나갈 때, 비로소 나를 이 섬에 데려온 이유, 오기 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진짜 이유를 발견하게 된다. 

어떤 풍경은 그대로 한 인간의 가슴으로 들어와 맹장이나 발가락처럼 몸의 일부가 되는 것 같다. 그런 풍경을 다시 보게 될 때, 몸의 일부가 격렬히 반응한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 김영하 저 / 2020년 4월 초판 / 복복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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