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거리와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소음, 뺨을 어루만지는 부드러운 바람, 배고플 때 먹는 한 조각 피자의 맛. 일상의 소중함, 경이로움으로 가득찬 삶의 기쁨.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자 삶의 의미라는 것을, 단 107분만의 영상으로 표현해 냈다.
디즈니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이번에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도 흑인 남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Black lives matter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라는 구호가 미국 전역에 울려 퍼졌던 이 시대에, PC의 끝판왕쯤으로 봐도 될 만큼의 영화를 구현했다. (Jazz와 소울이라는 음악을 구현하는데 있어서는 흑인 주인공 외에 달리 대안이 없긴 하다.)
배경은 뉴욕, 학교에서 음악 교사로 일하고 있는 '조'는 늘 꿈꾸어 왔던 재즈 클럽에서 연주하게 되는 기회를 잡았지만, 불의의 사고로 사후 세계로 떨어진다.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기 싫은 조는 지구에 오기 전의 영혼들이 머무는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도망친다. 그 곳에서 소크라테스, 마더 테레사 등 많은 성인들이 포기한 시니컬한 영혼 '22'를 만나고, 지구로 가는 통행증을 발급 받아 다시 살아나기 위해 '22'의 멘토가 되기로 한다.
영화는 '인사이드 아웃'에서 보았던 영상미와 '재즈'라는 소재에 걸맞게 뛰어난 음악들을 자랑한다.
지구에서의 삶은 '목적'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일상이 매우 소중한 삶의 '과정'이라는 것을 '조'와 '22'의 모험을 통해서 이야기 한다.
코로나가 없는 평범한 일상의 시절에 개봉했다면 몇100만 정도는 우습게 넘겼을 이 영화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이 시절에 가장 걸맞는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리듬앤 블루스의 흑인 재즈 음악의 '소울'과 영혼의 세계의 '소울'이 절묘하게 어울리는, 제목 조차도 '소울'스런 영화이다. '22'의 지구 통행증을 넘겨 받은 '조'가 재즈바에서의 공연을 멋지게 마친 후, 집에서 홀로 '22'의 흔적들을 보고 난 후, 즉흥스런 재즈 곡을 피아노로 연주하면서 흘리는 눈물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이다. 그 장면에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삶이란 목적지나 끝이 있는 것이 아니라, 끝이라고 생각되는 목적지마저 그저 일생의 한 부분이라는 것, 그래서 매 순간의 삶이 특별하고 의미있는 것이라는 다소 철학적인 이야기가 어린 아이들에게는 무거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우울한 시대에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임에는 틀림 없다.
<피트 닥터, 켐프 파워스 감독 / 2021년 개봉 / 제이미 폭스, 티타 페이 (목소리)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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