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체스'라는 소재를 성장 드라마로 잘 버무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다. 우리나라가 포함된 동양권 국가들은 바둑이 대세인지라, 체스는 낯선 소재인데, 체스 규칙을 잘 몰라도 드라마를 감상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게임 규칙을 보면 체스가 바둑보다는 복잡도가 낮기는 하다. 알파고라는 인공 지능이 바둑 분야에서 인간을 능가한 것이 2016년이지만, IBM의 컴퓨터 인공 지능 '딥블루'가 당시의 체스 챔피언 '카스카로프'를 이긴 해가 1997년이다.
7부작으로 되어 있는 이 드라마가 전 세계인을 사로 잡은 이유는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라는 이야기의 구성을 잘 따라서, 스토리텔링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강한 상대에게 패해서 시련을 겪더라도 주변 조력자들의 도움과 자신의 노력으로 극복해 내는 '영웅 서사'를 보이기도 한다.
'여성' 이라는 체스 세계에서의 약자가 남성 위주의 세상에서 핸디캡을 극복해 가는 과정도 잘 그려 내었다. 그녀에게 진 남자 동료들이 마지막 소련에서의 시합 때 모두 모여 그녀에게 조언을 해 주는 장면은 픽션에서나 나올만큼 억지스럽긴 하지만, 워낙 여자 주인공 베스 하먼 (안야 테일러조이)의 연기가 매력적이어서 공감할 만하다. (그녀는 '23 아이덴티티'와 '글래스'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었다. )
그녀의 가장 유력한 조력자였던 베니 와츠 역의 귀엽게 생긴 남자는 러브 액츄얼리에 나왔던 귀여운 꼬마 주인공 (토머스 브로디생스터)였다. 세월이 많이 흘렀음을 느끼게 된다.
약물과 알콜에 대한 묘사가 많은 만큼, 가족용 드라마로는 적당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역경을 이겨 내는 성장 드라마라는 관점에서 보면 좋을 것 같다.
<스콧 프랭크, 앨런 스콧 제작 / 2020년 작 / 안야 테일러 조이 주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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