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병원에서 보내다

9월 28일, 그러니까 추석이 끼어 있는 주의 월요일이 될 때만 해도, 일이 이렇게 심각해 질 줄은 생각을 못했다. 10월 1일 오후에 반차 휴가를 내고, 10월 5일 월차 휴가를 내서 차가 막히는 것까지 계산에 넣어서 귀성, 귀경 완벽한 준비를 했더랬다.
월요일 아침부터 아이의 피부 상태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내가 아이를 동네 소아과에 데리고 가서 치료를 받았는데, 차도가 없었다. 오래가면 큰일 나겠다 싶어서 화요일 아침엔 여차하면 입원할 요량으로 성빈센트 병원 응급실에 갔었다. 동네 소아과의 의사 선생님이 '이런 상태는 병원에 입원해서 이틀 정도 링겔 맞고 나면 깨끗해지지만, 잘못하면 2달이 넘게 갈수도 있다, 외부로 보이는 것은 이정도지만 더 심해지면 기도라든지 내장 기관에 이상이 생길수 있기 때문에 빨리 치료해야 한다.' 라는 말에 겁을 먹은 탓도 있었지만, 잘못하다간 추석 연휴 일정에 차질이 있겠다 싶어서였다.

그런데.. 성빈센트 병원에서는 제대로 치료도 못 받고 그냥 퇴원했다. '이런 병은 별거 아닙니다. 병은 내가 더 잘 압니다' 라고 잘난체 하던 응급실 소아과 담당 의사는 지금 만나면 한대 때려 주고 싶다. 그 말에 어쩔수 없이 그냥 퇴원했는데, 다음날인 수요일엔 병이 더 심해져 있는 거다. 집사람은 수요일에만 동네 소아과 병원을 2번이나 갔더랬다.

'이 병이 시간 함수와 연관 있는게 아닐까?' 라는 희망에, 목요일 오후에 출발할 때까지 경과를 보자고 집사람과 얘기했지만, 왠걸 그 다음날은 다리, 팔, 얼굴 할 것 없이 상태가 정말 심각해져 있었다. 원래 목요일인 10월 1일 오후에 동생 내외와 한 차로 출발 하기로 얘기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긴급하게 오전 업무를 마치자마자 다시 응급실로 애를 들쳐 업고 갔다. 이번엔 성빈센트 병원이 아니라, 평소 다녔던 아주대 병원 응급실로 갔다.

아주대 병원 응급실은 불친절하기로 유명한 곳 중의 하나이다. 한 번 가면 기본은 3시간이요, 의사들은 잘 설명도 안 해주고, 환자들을 무작정 기다리게 하는 데는 선수인 데다. 그런데, 아내의 평가는 좀 달랐다. 성빈센트 병원은 친절하긴 하지만, 의사들이 보호자의 말을 잘 안 듣고, 무시한다는 거였고, 아주대 병원은 불친절하긴 하지만, 보호자의 소견을 잘 들어 주고, 병을 제대로 판단해서 제대로 된 치료법을 처치해 준다는 거다. 뭐, 병원의 가장 큰 목적이 병을 치료하는데 있는 것이긴 하니까, 약간의 불친절을 감수하더라도 그 편이 더 낫겠다 싶은 생각은 들었다.

집사람의 말대로, 아주대 병원에서는 입원을 권유했고 (응급실에 들어간 시간이 오후 1시였는데, 입원 판정이 난 건 밤 11시 40분이었다. -_-;;), 그리하여, 추석 연휴 이틀을 꼬박 병원에서 보내게 되었다.

작년 추석에는 아이가 태어날 즈음이라서 아내가 시댁에 못 내려갔었는데, 공교롭게도 올해도 못 내려가게 되어서, 나나 집사람이나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 다행이도, 2박 3일 동안 집중 약물 치료를 하고 났더니 아이의 상태는 말끔해 졌다. 마치 언제 피부 발진이 있었냐는 듯이, 거짓말처럼.
처음에는 4박 5일쯤 예상하고 입원을 했었는데, 이틀간 밤샘을 하고 났더니, 아내나 나나 지쳐서 도무지 더 이상 병원에 있을 체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첫날은 아내가 병원에서 자고 나는 집에서, 둘째날은 내가 병원에서 자고 아내가 집에서 쉬었다. 다행히도 추석 당일 아침에 소아과 선생님이 회진을 돌고 나더니 퇴원을 해도 되겠다고 판정을 내려 주셨다.

왠만하면, 무리를 해서라도 당일날 시골 부모님댁으로 갈려고 했는데, 도무지 체력이 허락해 주질 않아서 귀성을 포기하고, 집에서 내리 이틀을 쉬었다. 오늘까지 포함하면 내리 3일이다. 토요일, 일요일엔 너무 지쳐서 거의 시체처럼 집에서 널부러져 있었다.

명절 연휴를 병원에서 지내보기는 난생 처음이다. 아이를 키우다보니 이런저런 재미있는 (그러나 고생스러운) 경험을 많이 해 보게 된다.

이번 경험의 교훈.

* 동네 소아과 의사 선생님을 무시하지 말자. 그들은 숨은 베테랑들이다. 경험상으로는 이제껏 아이의 병은 100% 다 맞췄다. (치료법까지도)

* 아무리 큰 병원의 레지던트, 전문의라도 다 아는 것은 아니다. 아이의 병은 아이의 몸이 말해주는 거다.

* 머피의 법칙(잘못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일은 언제나 잘못 된다.)은 확률의 법칙이다. 확률이 낮다면, 미리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아예 월요일부터 응급실을 가서 입원을 했더라면 추석 연휴를 고향에서 보낼수 있지도 않았을까?) 

어쨌거나, 아이가 다시 건강해져서 정말 다행이다. 한 살 아이의 인생이 참 힘들다. (경험자의 얘기를 들어 보니, 돌 즈음해서 면역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대부분 큰 병 한번씩 치룬다고 한다..)

by Wiky | 2009/10/05 20:59 | 하민이에게 | 트랙백 | 덧글(0)

한 살이 된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하민군.

정성어린 마음으로 조그맣게 너의 이름을 불러 본다.

힘들었던 불면의 밤과 심야의 응급실행, 5일간의 동거동락, 한 달간의 이별 등등 너에 대한 기억들이 머릿속에서 뭉게 구름처럼 두둥실 흘러간다.

아빠는 너의 웃음 소리 하나로 이 세상의 모든 나쁜 기억들, 나를 힘들게 하는 모든 존재들을 다 잊게 된다. 너는 이제 한 살의 아기가 되었고, 비로소 지구 상에서 너의 존재를 반짝 거리기 시작했다.

너는 건강하게 오래도록 삶을 살 것이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남을 먼저 배려하고, 조금 힘들더라도 성실하고 정직한 삶을 살 것이다.

세상의 시선에 굴하여 너의 명예와 순수를 잃지 않을 것이다.

너는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지는 않을 것이나, 단지 일신의 편안함을 위해 네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어리석은 자는 되지 않을 것이다.

늘 배우고 익히며, 손에서 책을 놓지 않을 것이며, 새로운 배움에의 도전과 호기심을 잃지 않을 것이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들을 아끼고, 그들과 공존하는 조화로운 삶을 살 것이다.

강한 것들엔 올곳은 비타협으로, 약한 것들엔 한 없는 애정과 연대의 손길을 건넬 줄 아는 진정으로 강한 사람이 될 것이다.

너보다 앞선 이들에게는 공경과 존경을, 너보다 뒷선 이들에겐 너의 지혜와 가진 것들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될 것이다.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감사와 보살핌은 너의 엄마에게, 삶의 나침반은 너의 동생들에게 주는 사람이 될 것이다.

아빠는 비록 너에게 많은 것을 주지는 못하겠지만, 이 모든 희망과 긍정의 축복을 나의 사랑과 함께 너에게 준다.

너의 인생의 첫번째 생일을 축하한다.


by Wiky | 2009/09/28 23:12 | 하민이에게 | 트랙백 | 핑백(1) | 덧글(1)

이청용 EPL 데뷔골




직접 중계로 보지는 못하고 유투브 동영상으로 봤는데, 깔끔한 볼터치에 이은 간결한 슈팅으로 마무리 지었다. 

골대 왼쪽에서 공 달라고 사인 보냈던 선수( 등번호가 잘 안 보여서 누군지 모르겠다.) 가 참 무안했을 듯하다.

상황으로 봐서는 패스하기 보다는 직접 넣은 게 정말 잘한 거다.

골에 대해서는 이타적인 플레이보다는 이기적인 플레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저런 골이 결국 실력으로 얘기되고, 나중에 다 명성과 돈으로 계산되는 것이니까...  

박지성선수도 저 위치에서 골을 잘 넣는 걸 보면, 셋트 피스 상황 뒤에 집중력은 우리나라 선수들이 참 좋은 것 같다.

by Wiky | 2009/09/27 03:34 | 끄적끄적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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